성장사다리펀드, 중간회수시장 공략 '시동'

벤처펀드 유한책임투자자(LP) 지분을 전문적으로 인수하는 'LP지분세컨더리펀드'가 운용사 선정을 확정하고 자금모집에 나선다. 이 펀드가 본격 운용에 나서면 벤처펀드에 출자했던 투자자는 펀드 만기 전이라도 지분을 중도에 팔고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25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권 벤처투자금인 성장사다리펀드를 운용하는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하 한국성장금융)은 LP지분세컨더리펀드 운용기관(증권사 분야)으로 IBK투자증권을 선정했다. 성장사다리펀드는 펀드 조성 목표액인 1200억원의 절반인 600억원을 출자한다.


앞서 한국성장금융은 LP지분세컨더리펀드의 벤처캐피탈 분야 운용기관으로 네오플럭스를 선정, 총 6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을 추진키로 했다. 벤처캐피탈·증권사 분야 2개 운용사가 조성하게 될 LP지분세컨더리펀드 조성액은 총 1800억원 규모다. 펀드 조성기간은 최장 6개월로 내년 1분기 안에는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LP지분세컨더리펀드는 벤처펀드 재무적투자자인 LP의 출자 지분을 집중 인수하는 구조다. LP 입장에선 보통 7년 이상 걸리는 펀드 만기 이전에 지분을 해당 펀드에 매각,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장외기업에 투자하는 벤처펀드 속성상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선 벤처기업이 IPO(기업공개)나 M&A(인수·합병)에 성공해야 하는데, LP지분세컨더리펀드를 활용하면 중도에 지분을 현금화하는 게 가능하다.

LP지분세컨더리펀드가 '중간회수시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미국에선 이러한 LP지분세컨더리펀드를 통한 중간회수시장이 발달해 투자자의 유동성 부담을 덜고 투자시장을 활성화하는 토대로 작용한다.


벤처투자업계도 이같은 중간회수시장 중요성을 인식, 올해부터 LP지분세컨더리펀드 조성에 나섰다. 정부 벤처투자금인 모태펀드가 지난 5월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를 운용사로 선정하고 750억원 규모의 LP지분세컨더리펀드를 조성했다.

모태펀드에 이어 한국성장금융도 이번에 첫 LP지분세컨더리펀드 조성을 추진하며 시장 육성에 나섰다. 한국성장금융은 펀드 조성액의 25% 이상을 벤처펀드 LP지분을 인수하거나 청산을 조건으로 한 벤처펀드 투자자산의 일괄인수에 50% 이상을 투자하도록 했다.

일각에선 거래 당사자간 LP지분에 대한 적정가치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거나 아직 생소한 투자 수단인 탓에 거래가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한국성장금융 관계자는 "그동안 LP지분 거래가 부진했던 이유로 중개 기능이 없었다는 지적을 반영해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장외전문시장에 LP지분 거래를 위한 별도의 전문 사이트를 마련한 뒤 현재 시험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며 "운용기관에 증권사 분야를 따로 선정한 것도 벤처캐피탈과 달리 벤처펀드 외에도 PEF(사모투자펀드) 출자지분 인수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LP지분의 거래대상을 확대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