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후 지어진 신축건물 7% 내진설계 안돼

지난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지난해 이후 신축된 서울시의 신규 건축물 7%가 내진 설계가 전혀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건물에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것은 규모가 작아 내진 설계 법적 기준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전체 신축 건물(승인)건수 9450건 중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건물은 659채(6.97%)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치구 별로 보면 영등포구의 경우 이 기간 신축건물 331채 중 189채가 내진 설계가 되지 않아 내진 설계 미비율이 57.1%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천구도 신축건물 264채 중 107채가 내진 설계를 갖추지 않아 내진 설계 미비율이 40.5%로 집계됐다. 종로구는 신축건물 175채 중 40채(내진설계 미비율 22.9%)가 내진 설계를 갖추지 않은 것으로, 강남구는 신축건물 478채 중 95채(19.9%)가 내진 설계를 갖추지 않은 것으로 각각 조사됐다. 용산구는 신축건물 161채 중 17채(10.6%), 서초구는 신축건물 371채 중 27채(7.3%)가 내진 설계가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광진구(0.1%), 동작구(0.2%), 관악구(0.4%), 송파구(0.9%) 등은 다른 자치구에 비해 신축건물들의 내진 설계가 잘 갖춰진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건축법은 3층 이상 혹은 연면적 500㎡ 이상 건축물에 대해서는 내진 설계를 의무화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이 기준을 2층 이상 혹은 연면적 500㎡ 이상의 건축물로 확대할 예정이다.

문제는 법적 내진 설계 기준에 미달하는 건물 중 주택이나 소형 상가가 많다는 점이다. 현재 건축법상 내진 설계 대상이 아닌 건물은 내진 설계를 갖추지 않아도 법적으로 무방하다. 이로 인해 주택이나 소형 상가에 상주하는 이들은 대규모 지진이나 재해가 발생할 경우 심각한 안전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경주 지진 이후 후속 대책으로 내진 설계 의무 대상이 아닌 기존 건축물이 내진 성능을 보강하는 경우 취득세 100%·재산세 5년간 100% 감면 등의 혜택을, 내진 설계 의무대상이 아닌 신축 건물이 내진 성능을 보강하는 경우 취득세 50%·재산세 5년간 50%를 감면키로 했다.

그러나 내진 성능 보강에는 이러한 세금 감면 혜택 이상으로 건축비와 설계비 등 관련 비용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건축주들은 여전히 내진 설계를 꺼릴 전망이다. 통상 빌라 등 소형 건축물을 지을 경우 내진보강 비용은 3000만~5000만원이 추가로 든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주택 등의 내진 보강을 위한 보다 강도 높은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