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찻주전자'가 국제 원유시장 흔든다

중국 민간 정유사가 국제 원유시장을 흔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 원유시장에서 중국의 중소형 민간 정유사는 '티폿'(teapot·찻주전자)이라고 불린다. 대형 국영 정유사에 비해 원유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그동안 중국에서 주로 정부가 주도하는 국영 정유사의 수요에 의지했지만 최근에는 중소형 민간 정유사에 구애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들이 미국에 버금가는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 된 중국의 원유 수입량을 좌우하고 있기 때문이다. '티폿'은 올해 중국의 원유 수입 증가분(전년 대비 13.5%)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WSJ는 중국 민간 정유사들이 막대한 외국산 원유 수요로 국제 원유시장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석유화학집단공사(시노펙)를 비롯한 국영 석유기업이 주도한 중국 원유시장에서 민간 정유사가 부상한 건 중국 정부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이들의 원유 수입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중국 민간 정유사들은 20년 전만 해도 중국 산둥성의 시골길에서 행상으로 휘발유를 통에 담아 팔았지만 지금은 산둥성 도로에 즐비한 주유소를 보유하게 됐다.

WSJ는 OPEC이 '티폿'을 고객으로 삼는 건 이제 불가피한 일이 됐다고 했다. 그래야만 국영 석유기업의 독점 구도가 깨진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OPEC은 저유가 기조에 맞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OPEC 내에선 이미 '티폿'을 붙잡기 위한 물밑 경쟁이 한창이라고 한다. OPEC에선 올해 재가입한 앙골라가 선수를 친 모양새다. 앙골라가 중국 민간 정유사에 유황 비중이 낮은 원유를 팔아 이득을 톡톡히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유황 비중이 낮을수록 정제하기 쉽다. 올해 1-8월 중국의 앙골라산 원유 수입량은 하루 평균 90만배럴 이상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6% 늘었다. 앙골라가 서아프리카에서 생산한 원유의 절반가량을 중국에 수출한 셈이다.

이에 비해 중국이 올해 수입한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루 평균 105만배럴쯤 된다. 사우디는 오래 전부터 시노펙을 비롯한 중국 국영 석유사를 주로 상대해왔다. 사우디는 지난 4월에야 처음이자 현재로선 마지막으로 '티폿'을 상대로 원유를 팔았다.

중국 민간 정유사들은 그동안 러시아산 원유를 주로 수입했다. 중국이 지난달에 수입한 러시아산 원유는 하루 평균 110만배럴 이상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0% 늘었다. 이로써 러시아는 8월 기준으로 사우디를 제치고 중국의 최대 원유 공급원으로 부상했다.

넬슨 왕 크레디리요네증권아시아(CLSA)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크게 늘린 데는 러시아의 관대한 지불 조건이 한몫 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 등 중동산 원유는 인도일로부터 1-2개월 안에 대금을 치러야 하지만 러시아산 원유 대금은 4개월 안에 지불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소규모 민간 정유사에는 매력적인 조건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사우디나 이란산 원유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고 가격 유연성도 적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