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과 농협은행은 왜 금융노조 총파업에 대거 참여했나

23일 오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한 금융노조 총파업 집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뉴스1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총파업 참여 인원과 금융노조 선거와 관련이 있다?


올해말로 예정된 금융노조 위원장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자가 소속된 금융노조 지부가 금융노조 총파업에 많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부 선거 등 내부 문제가 많은 곳은 파업 참여도 많지 않았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지난 24일 금융노조 총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수는 IBK기업은행이 4000명으로 가장 많고 NH농협이 3700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 △SC제일은행 1800명 △KB국민은행1500명 △한국씨티은행 1200명 등이다.

금융노조는 NH농협이 가장 많은 1만3000명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기업은행이 7000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SC제일은행 2300명 △한국씨티은행 2200명 △KDB산업은행 2000명 △수협은행 1900명 등이다.

정부와 금융노조가 파악한 참여인원수가 다르지만 NH농협과 기업은행이 이번 총파업 참여도가 높았다. 기업은행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금융공기업으로 파업 참여도가 높았고 NH농협도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위기 의식이 강했다.


하지만 공교롭게 NH농협 노조위원장과 기업은행 출신의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올해말로 예정된 금융노조 위원장 선거 출마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면서 선거에 앞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이번 총파업에 많이 참여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총파업에 세를 과시해야 내년초 예정된 금융노조위원장 선거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일부 지부가 더 열심히 조합원 파업 참여를 독려했다"고 말했다.

반대로 지부 노조위원장 선거가 예정돼 있는 등 지부 내부 사정이 급한 곳은 이번 총파업 참여도가 낮았다. 총파업 참여도가 낮은 곳은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4개 대형 시중은행이다.

KEB하나은행은 옛 하나은행지부와 옛 외환은행지부가 통합하기로 하고 올해말에 통합 노조위원장을 뽑기로 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노조도 올해말에 선거가 예정돼 있다. 특히 국민은행은 노조위원장 선거가 치열해 벌써부터 후보자들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산업은행은 이번 파업에 많은 인원이 참여했지만 산업은행 출신인 김문호 금융노조위원장은 만족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노조는 이번 총파업에 조합원 90% 이상 참석을 자신했으나 산업은행 참석자는 이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내년 1월에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이번 총파업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내년초 예정된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에 나가는 방향을 고민중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금융노조가 사측과의 산별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총파업에 나선 것도 내년초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금융노사 산별교섭 타결이 어려울 것이란 이유 중 하나로 금융노조 위원장이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 후보 중 한명으로 거론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