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루트로닉, '中 합자-美 M&A' 투트랙 전략 가동

올 들어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는 루트로닉 (36,700원 ▼50 -0.14%)이 지난 23일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하며 국내 자본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국 헬스케어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진출과 미국 공략을 위한 인수합병(M&A) 추진에 앞서 실탄을 마련한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당시 루트로닉은 유증 공시와 함께 26일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기업설명회(IR, 사진)를 별도로 개최한다는 뜻을 밝혔다. 회사가 추진하는 이번 유증의 전체 규모는 총 703억 원(전환우선주 593억 원, 보통주 110억 원). 적지 않은 액수인 만큼 주요 기관을 비롯한 개인 투자자 등의 자금 활용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




이날 루트로닉의 설명을 요약하면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은 대부분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된다. 중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투자 재원과 미국 진출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M&A용 실탄으로 쓰겠다는 설명이다. 해외 공략을 위한 '중(中) 합자-미(美) M&A' 투트랙 전략에 자금 투입을 집중한다는 것이다.

루트로닉은 최근 중국 강소성 루동현 정부와 합자병원 '루동루트로닉 병원'을 세우기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번 MOU 체결로 양측은 현지 의료·미용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전략적 협조 관계를 갖게 됐다. 향후 루동현 산하 국영기업인 루동고신창업투자유한공사와 한중 합자 의료미용투자회사를 설립한다는 방침도 갖고 있다. 헬스케어 산업을 육성하려는 중국 당국의 정책 기조에 발맞춘 행보다.


미국도 루트로닉 입장에서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글로벌 에스테틱(esthetic) 치료 시장은 지난해 기준 미국의 수요가 전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루트로닉의 지역별 매출 규모를 따져보면 미국 비중은 15% 수준에 불과하다. 앞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면 무엇보다 미국 시장을 장악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이고훈 부사장은 "루트로닉이 아시아 지역에서는 강자이지만 아직 미국과 유럽에서는 아시아처럼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2009년 미국 법인을 설립한 후 7~8년 동안 투자를 거듭하고 있지만 아직도 매출 비중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는 회사가 전략적 결단을 내려 미국 공략에 대한 방향성을 확실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며 "만약 루트로닉이 판단할 때 정말 투자 가치가 높은 M&A에 접근할 기회가 있다면 미국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부사장은 "이번 유상증자에는 분명한 목적과 구체적인 방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규모 유증을 통해 여러 협상을 실제 추진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거래 상대방에 알릴 필요가 있었다"며 "협상력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에 거래 조건이나 당사자 등 세부 요건까지 밝힐 수 없는 사정을 감안해달라"고 덧붙였다.

루트로닉은 올해 2분기 별도기준 매출액으로 전년 동기보다 20.08% 증가한 202억 9300만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49.48% 증가한 38억 2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시장에 제시했던 연간 실적 가이던스(별도기준 매출액 840억 원, 영업이익 100억 원)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회사측은 차세대 성장 엔진인 황반 치료 레이저 '알젠(R:GEN)'에 대한 기대감도 언급했다. 이 부사장은 "정부 당국이 '제한적 의료기술' 제도를 확대 시행할 방침"이라며 "알젠과 같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했으나 기존 보험 체계를 뚫기가 까다로운 신기술 기기가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알젠은 중심장액맥락망막병증(CSC)과 당뇨병성 황반부종(DME) 등을 치료하는 새로운 콘셉트의 레이저 의료기기다.

루트로닉은 우선 주주배정 방식을 통해 유상증자를 추진한 후 실권주에 대해 일반 공모에 나설 예정이다. 최종 공모에서 미달된 실권주는 신한금융투자에서 총액 인수한다. 신주배정기준일은 내달 31일이며 예정 발행가는 오는 11월 28일에 확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