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빵] 명배우들이 펼치는 핏빛 대잔치 '아수라', 흥? 망?

28일 개봉을 앞둔 영화 '아수라'는 여러모로 눈길을 끄는 기대작이다. 정우성의 '인생작'을 탄생시킨 김성수 감독이 참으로 오랜만에 정우성과 다시 만난데다 황정민, 곽도원, 주지훈, 정만식, 김원해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줄줄이 사탕마냥 즐비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부산행'이 물러간 이후 아직 다음 소식이 뜸한 '2016년 1000만 관객 영화'에 '아수라'가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언론시사회를 통해 앞서 영화를 보고 온 두 기자가 영화 '아수라'의 흥망포인트를 짚어봤다.


'흥' 포인트 하나. 다섯 '명'배우들의 찰진 합

"드래곤볼 7개를 모은 영화"

김현아 : 김성수 감독에 정우성에 황정민에 곽도원에 주지훈에 정만식에 김원해까지. 배우들의 이름만 나열해도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하물며 이들이 서로 치고 받고 얽히고설키며 멋들어진 이야기를 만들어냈으니 더더욱.


연기를 갖고 따로 뭐라 논할 거리가 없는 배우들인데 호흡 또한 착착 들어맞았다. 모두가 훌륭했지만 특히 곽도원이 선보인 현실감 100%의 '전문직' 연기와(이번에는 검사 역) 완전체 악역으로 완벽하게 변신한 황정민이 돋보였다.

"찰떡 같은 다섯 배우와 그들을 더 단단하게 해주는 조연들"

함혜인: 다섯 배우들의 합은 단연 최고였다. 보기 어려운 배우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는 걸 그들 스스로도 알았는지, 각자 맡은 역할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는 게 느껴졌다. 각자 본래 자신의 옷이었던 것 마냥 캐릭터들을 깔끔하게 소화해냈고, 그렇기 때문에 상대 배우와 합을 맞출 때도 더 리얼한 연기가 나왔다. 그들이 모여 '아수라'를 더 악하고 무섭게 만들었다.

조연들의 연기도 완벽했다. 특히 극중 한도경(정우성)의 정보원이자 마약중독자인 '작대기' 역을 맡았던 배우 김원해의 비열한 표정연기와 약에 취한 연기는 소름이 돋게 했다. 그 밖에 조연이지만 영화에 자연스레 녹아든 배우들의 활약이 영화의 긴장감을 2배로 만들었다.



'흥' 포인트 둘. 쾌감 가득한 화려한 액션

"스태프들의 땀이 보이는 액션신"

김현아 : 악덕 시장 박성배(황정민)와 독종 검사 김차인(곽도원)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얻어터지기만 하던 한도경(정우성)이 일순간 분노를 터뜨리는 장면이 있다.

'될 대로 되라'며 박성배가 부리는 불량배 무리의 차를 뒤쫓는 신이다. 빗길을 내달리며 과격한 추격이 이어지는데 이를 비추는 카메라의 움직임이 '액알못'(액션 잘 알지 못함)이 봐도 색다르면서 박진감이 남달랐다. 속으로 '스태프들이 많이 고생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빠진' 액션신이었다.

"어설프지만 그래서 더 리얼한 액션신"

함혜인: 영화 '아수라' 속 액션은 여느 액션 영화에서의 그것들과 달랐다. 딱 맞춰진 완벽한 액션이 아니라 캐릭터들이 자신보다 더 악한 힘에 억압을 받으면서 느끼는 감정으로 가득 찬, 악에 받친 몸부림의 액션이었다.

박성배(황정민)와 김차인(곽도원) 가운데 애매하게 끼어 이도저도 못하는 한도경(정우성)의 스트레스가 최고치에 다다랐을 때 나오는 액션은 대표적인 살고자 하는 '몸부림'의 액션이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상황에 100% 이입할 수 있었다. 통쾌함보다는 통렬함을 보여주고자 했던 김성수 감독의 의도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색다른 액션신이었다.



'흥' 포인트 셋. '강강강' 누아르의 매력

"'기 빨린다'는 말이 딱"

김현아 : 온갖 불법과 비리를 자행하는 시장, 그 시장이 싸지른 똥을 치워주는 대신 받은 돈으로 말기암 환자인 아내의 병원비를 대는 형사, 비리시장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시장의 수족인 형사를 연신 족치는 검사 등이 시종일관 서로를 압박하고 을러댄다. 입으로만 싸우는 게 아니라 칼도 들고 총도 들었다. '아수라'라는 제목답게 악인들이 펼치는 아수라장을 잠깐의 쉴 틈도 주지 않고 강하게 밀어붙이니 영화관을 기어나오고 싶지 않으면 미리 당을 충분히 섭취하시길.

"심장이 쫄깃쫄깃, 숨 쉴 틈 없이 몰아붙인다"

함혜인 : 시나리오가 나왔을때부터 '청소년 관람 불가'가 거의 확정됐다던 이 영화. 그래서인지 정말 한시라도 방심할 틈이 없다. 물고 물리고 서로를 밟고 올라가고자 행하는 수위 높은 폭력에 심장이 쫄깃해지지만 비슷한 종류의 영화들과 다르게 이런 폭력에도 마음이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모두가 나쁜 놈이기 때문이다. 지체없이 서로를 망가트리는 악인들의 '누가 누가 더 악한가' 경쟁은 '청불 영화'의 묘미를 제대로 살린 연출을 자랑했다.



'망' 포인트 하나. 무엇을 위한 피바다인가

"132분의 즐거움으로만 그친 핏빛 액션"

김현아 : 김성수 감독은 "(완성본은) 실제 찍은 전체 편집본에 비해 순화된 편"이라고 말했다. 다듬은 게 이 정도라니, 촬영 원본의 수위가 어떠했을지는 상상도 하기 어렵다. 영화 속 인물들은 132분의 러닝타임 내내 다양한 유형의 폭력을 행사한다. 몇몇 장면은 '선혈이 낭자하다'는 표현으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장르적 특성상 이같은 폭력과 피는 어쩔 수 없다지만 핏빛으로 가득한 스크린이 던지는 시각적 충격으로 인해 이 영화의 메시지가 잊혀버리는 건 아쉽다.

"잔인한 영화를 못보는 관객이라면 눈 감고 귀 막는 시간이 더 길 것"

함혜인 : 임산부와 노인 그리고 심장이 약한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는 피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원하지 않아도 실컷 보게 되는 핏물에 마음 편히 눈을 뜨고 있을 새가 없다. 언제 누가 누구를 총으로 쏘고 차로 치고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흉기를 휘두를지 모르기 때문이다. 귀를 막아도 어렴풋이 들리는 그 효과음(?)은 공포감을 더 상승시킨다.

이렇게 132분 동안 쉴 새 없이 눈 감고 귀 막고 하다보면 결국 영화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파악이 되기도 전에 끝나 있을 것이다.



'망' 포인트 둘. 정우성의 어색한 욕설 연기

"욕하는 정우성, 민망함은 나의 몫"

김현아 : '아수라'에서 정우성이 맡은 역할 한도경은 멋진 인물이 아니다. 첩자 노릇이 어설퍼 양쪽에서 얻어맞기 일쑤다. 억울하고 답답하고 스스로가 한심하지만 어쩌다 갇혀버린 악의 소굴에서 탈출할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한도경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곧잘 욕설을 내뱉는데 그의 복잡한 감정이 한껏 응축돼 있는 단 두 글자의 욕설을 정우성은 매우 부자연스럽게 쏟아냈다. 그의 어색한 된소리 발음이 나올 때마다 민망함에 몸이 굳어졌다.

"잘생긴 그는 평소에 욕을 하지 않나봅니다."

함혜인 : 한도경(정우성) 대사의 절반은 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욕을 습관처럼 내뱉는다. 이런 캐릭터라면 '찰지게' 욕을 내뱉어줘야 시원한 맛이라도 있는데 우리가 보는 한도경은 욕을 하기만 하면 갑자기 고구마 100개를 먹은 듯한 답답함과 어설픔을 선물해준다. 덕분에 상황이 주는 공포감도 관객들의 몰입도 조금씩 줄고 깨진다.

영화 '아수라'에 출연한 정만식, 곽도원, 주지훈, 황정민, 정우성 등의 배우들과 김성수 감독(왼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