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카드 회수·술자리 금지…中企, 김영란법 대응 '분주'

#중견가구업체인 A사는 최근 신제품 발표회에서 '김영란법'(청탁금지법,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발효에 대비한 예행연습(?)을 했다. 기존에는 현장을 찾은 관계자들에 10만원 상당의 자사 제품 교환권을 줬지만, 이번에는 소액의 문화상품권으로 대체했다. A사 관계자는 "업계에서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법 시행 이후에는 외부초청 행사를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28일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중견·중소기업(이하 중기)들도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일단 당분간 지켜보자는 관망세 속에 간담회와 품평회 등 외부행사를 축소하거나 취소하고, 술자리와 식사 등 접대비를 줄이고, 회사 내부 단속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업간 거래'(B2B)보다는 상대적으로 '기업과소비자간 거래'(B2C) 업종들이 대외활동 위축에 따른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중견가전업체인 B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신제품 출시 간담회와 품평회 등 행사를 일체 실시하지 않기로 잠정 결정했다. 이 회사는 통상 냉장고와 에어컨 등 신제품 출시와 함께 연간 2차례 정도 행사를 개최해왔다. 하지만 김영란법 '철퇴'를 의식한 B사는 관련법이 발효된 후 1년 정도 추이를 지켜본 후 관련행사를 조심스럽게 재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B사 임원은 "행사에서 제공되는 식사와 기념품 등 가격을 적절한 선에서 정하면 되겠지만, 혹여 이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법에 저촉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어 관련행사를 잠정 미뤄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술자리와 식사 등 대외접대를 엄격히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러닝업체인 C사는 영업 등 외부활동을 하는 임직원 개개인에 주어졌던 법인카드를 최근 일괄 회수했다. 대신 대외접대가 불가피할 경우 관리팀으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사용토록 했다. 다만 법인카드를 쓴 후 내역에 대해서는 꼼꼼하게 점검키로 방침을 정했다.

C사는 업종 특성상 동영상강의 및 강의 자문 등을 위해 대학교수들과 자주 접촉한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영업활동 역시 활발하다. C사 임원은 "관련법 발효 후 교수와 공무원 등과의 업무적인 만남에 제약이 불가피하다"며 "때문에 대외활동을 하는 임직원에 수당을 늘려주는 등 방식으로 업무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기업체인 D사는 의대교수와 의사 등을 대상으로 한 저녁식사 자리를 아예 없애기로 했다. 대신 점심식사 혹은 도시락미팅 등으로 대체키로 했다. D사 임원은 "이전에는 저녁 및 주말 등 의사들이 모이는 행사를 비공식적으로 후원해야 하는 일이 잦았다"며 "하지만 관련법 발효를 앞두고 이러한 요청도 끊겼지만, 앞으로는 요청이 있더라도 응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회사 내부적인 단속 강화도 눈에 띈다. 중견가구업체인 E사는 감사실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살벌한' 경고장을 발송했다. 경고장에는 '관련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경우 회사에서 도와줄 수 없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E사 관계자는 "당분간 법인카드 내역을 꼼꼼히 확인할 예정이며, 공무원과 교직원 등 외부활동이 잦은 부서에서는 미팅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했다"고 말했다.

보일러업체인 F사는 접대비 전표 점검을 강화키로 했다. F사 관계자는 "법무팀 주도로 관련법 대응을 위한 임직원 교육을 몇 차례 실시했으며, 관련 업무를 진행할 때 수시로 법무팀에 문의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한편 그동안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했던 명절선물 등의 비용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G사 관계자는 "그동안 추석과 설 등 명절에 거래처 등에 선물을 보내는 비용이 상당했다"며 "아무래도 김영란법 이후에는 이런 비용들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