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철도·의료·화물 줄줄이 파업…쟁점은 '성과연봉제'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27일 서울 수색 차량기지에서 정비를 마친 새마을호, 무궁화호 열차가 운행대기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지난 23일 금융노조 파업에 이어 27일 철도·지하철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화물연대·건강보험·국민연금·가스 등도 이미 총파업 돌입을 선언한 상황이고 보건의료노조도 28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


공공부문의 파업이 이처럼 번지고 있는 것은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성과연봉제' 때문이다. 실제 파업에 들어가는 각 부문 노조들은 성과연봉제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성과연봉제'는 정부가 공공부문 개혁의 한 방법으로 내놓은 전략으로, 실적에 따른 보상 등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더 나은 급여와 승진을 원한다면 더 많은 성과를 거둬라"라는 게 이번 성과연봉제의 취지다.

하지만 노동계는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무리한 요구"라고 맞서고 있다. 공공의 영역에서 효율성이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파업에 들어간 철도노조 한 관계자는 "성과연봉제 도입은 공공서비스를 돈벌이 경쟁으로 전락시켜 쥐꼬리만한 복지도 날려버리게 될 것"이라며 "회사 측의 계속되는 성과 압박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게 되고 결국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동계는 아울러 정부가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용자측이 일방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한데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남정수 민노총 대변인은 "노조가 반대할 경우 이사회 결의만으로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현행법상으로도 불법"이라며 "공공성을 우선해야 할 공공부문에 성과 지상주의를 도입하는 것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같은 노동계의 반발에도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도입을 계속해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정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파업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과 최정호 국토교통부 2차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합동브리핑을 열어 "철도노조가 개정된 보수규정의 철회를 주장하며 목적상 정당성이 결여된 불법파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정당성도 없고 국민적 동의도 없는 이번 파업을 지금이라도 당장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불법이라고 밝힌 근거는 이미 회사가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도입한 성과연봉제 관련 갈등은 노사간 '이익분쟁'이 아닌 사법부의 판단이 필요한 '권리분쟁'이므로 쟁의행위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소송을 통해 풀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홍순만 코레일 사장 역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철도노조의 파업을 명분없는 불법파업이라고 규정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홍 사장은 "철도노조는 사법적 판단에 따라 적법성을 따질 사안임에도 최후의 수단인 파업을 강행했다"며 "불법적인 철도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한치의 흔들림 없이 엄정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