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용될까?" 금투업계, 김영란법 시행 초기 혼선 불가피

"아직 큰 틀만 나온 상태인데, 시행 후 추가로 유권해석을 받아봐야 할 부분이 남아 있습니다"(대형 증권사 법무담당 임원)


금융투자업계는 이달 28일부터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법 적용을 놓고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증권사나 운용사의 법 적용 대상이 연기금 등 공공기관 위탁업무를 담당하는 임직원으로 너무 포괄적이어서 법 적용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어서다. 법 적용 범위는 물론 어디까지가 법 적용 대상인지가 명확하지가 않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게 국민연금의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경우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각각 국민연금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 관리하는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계좌)와 펀드 등 임직원들이 모두 법 적용 대상이다. 김영란법 상 공직자 등과 함께 공공기관으로부터 권한(업무)을 위탁받은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임직원은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민간인이지만 공직자와 같은 공무수행 사인((私人)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향후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가 일부 임직원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금 위탁 형태가 모두 다르고 자금을 다른 기관에 재위탁 하는 등 사례가 너무 많아 일률적으로 위탁업무를 수행한다고 법 적용대상으로 분류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권익위에서 법 적용과 관련해 일부 추가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의 공공기관 위탁업무 임직원을 명확히 가려내는 것도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직과 업무 분장 등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이유다. 특히 여러 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자의 경우 정부 위탁 업무 결제 범위 등이 더욱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증권사 법무팀 관계자는 "금융투자사들의 경우 급변하는 자본시장에 맞춰 조직을 자주 변경하는 데다 업무가 복잡하고 다양해 해당 업무를 누가 담당하는지도 모호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책임자는 자신이 결제한 정부 위탁 업무와 관련한 부정청탁이나 금품 수수가 법 적용 범위에 포함되는 데 결제 책임을 정확히 입증하기도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러니 증권, 운용사는 물론 이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금융투자협회에서도 가이드라인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내부적으로 직원들에게 간단한 설명자료를 배포했지만 적용 대상을 두고 여러 의견이 제기되면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 마련 작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는 "정부가 법 시행 초기 서둘러 금융투자업계의 다양한 법 적용 대상에 대한 명확한 유권해석을 내려야 혼선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