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올리니 매매가 2배 '껑충'...결국은 '개발이익'

반포한신1차를 재건축한 아크로리버파크 조감도. /사진제공=대림산업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들이 초고층에 목을 매는 이유는 한 마디로 '돈'이 되기 때문이다. 고층으로 올릴수록 건축비는 더 들어가지만 그 이상으로 분양가와 매매가가 뛴다. 초고층 랜드마크 아파트라는 자부심은 덤이다. 35층 이상 초고층 재건축에 성공한 동부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와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1974년 지어진 이촌동의 렉스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첼리투스는 56층 높이로 세워져 한강변을 상징하는 아파트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렉스아파트는 460가구로 단지 규모가 작고 가구별 전용면적이 121~127㎡로 넓어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통상 재건축 사업은 가구 수를 늘려 일반분양으로 얻은 수익으로 사업비를 충당하는 구조지만 조합원들은 가구 수를 무리하게 늘리는 대신 일대일 재건축을 택했다.

렉스아파트가 일대일 재건축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추진되면서 한강변 초고층 건축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무리하게 가구 수를 늘리지 않더라도 초고층 건축으로 시세가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2009년 12월 최고 56층(용적률 329.9%) 3개 동 460가구로 재건축하는 사업계획이 서울시의 인가를 받으면서 사업은 본격화했다. 이듬해 9월에는 관리처분총회를 열고 가구당 5억4000여만원의 추가분담금을 내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적지 않은 추가분담금이었지만 사업은 순조로웠다. 지난해 7월 공사가 마무리됐고 그 결과 매매가는 2배 가까이 뛰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록에 따르면 2010년 당시 래미안 첼리투스 전용면적 121㎡(13층)의 매매가는 최고 13억3000만원이었다. 그러나 재건축이 진행되면서 고층 매물 입주권은 20억원 이상으로 가격이 뛰어올랐다. 지난 7월 거래된 전용 124㎡(54층)의 매매가는 25억5000만원에 달했다. 추가분담금을 제한 시세 차익이 6억~7억원에 이른다.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래미안 첼리투스 이후 서울의 아파트 층수가 35층 이하로 묶이면서 몸값은 더 뛰었다. 층수 규제 전 재건축 막차를 탄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는 이런 수혜를 톡톡히 입었다.

반포한신1차를 재건축한 아크로리버파크는 층수를 35층 이하로 제한하는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의 적용 대상이었지만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되면서 38층까지 올릴 수 있었다. 특별건축구역이란 조화롭고 창의적인 건축을 하는 조건으로 높이, 용적률 등 규제를 일부 완화해주는 제도다.

렉스아파트와는 달리 저층 위주였던 반포한신1차는 재건축을 통해 가구 수가 기존 790가구에서 1612가구로 2배 이상 늘어나 사업성이 한층 높다. 전용 84㎡를 소유한 조합원이 같은 면적을 분양 신청하면 환급금으로만 7억~8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구조다. 우수한 사업성에 시세 차익까지 더해지면서 재건축만으로 10억원 가까운 거금을 손에 쥘 수 있게 됐다. 2014년 4월 23억4000만원(20층)에 거래됐던 129㎡ 조합원 입주권은 지난 7월 입주를 앞두고서는 32억5000만원(19층)으로 가격이 수직 상승했다.

한강이나 남산 등 조망 프리미엄에 더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은 법정계획으로 초고층 재건축의 길이 막혀버린 지금까지도 한강변 재건축 단지들에게는 포기하기 힘든 유혹이다.

하지만 한강을 비롯한 서울의 경관을 모두가 누려야 할 공공재로서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논리와 사익의 보호를 위해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의 충돌이 거듭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명래 단국대학교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재건축 조합들이 초고층으로 올리려는 주된 이유는 대부분 투자 목적"이라며 "공공재를 사유화해 이익을 올리는 초고층 건축은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