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미술관, '뭣이 중헌디'?…남다른 '역할' 집중 곳들

# 일제 강점기 개관한 간송미술관. 간송미술관 설립자인 간송 전형필의 장손, 전인건 간송미술문화재단(간송미술관 운영 법인) 사무국장은 “해외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장래 협업 전시를 염두에 두고 일본 고려미술관 등과 교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려미술관은 해외 반출 문화재를 수집한 교포 실업가가 설립한 미술관이다.

재단은 해외 반출 문화재의 동향에 관심이 있다. 전 사무국장은 “부당하게 해외에 있는 문화재가 있다면 환수가 옳다”며 “주요 소장가들이 한국 문화재 소장 여부를 밝히는 것부터 필요하다.”고 했다.

미술관은 간송이 1938년 설립한 보화각이 전신이다. 간송이 단순한 탐미의 대상으로 유물을 모은 것이 아니라 민족의 얼과 혼이란 관점에서 수집한 곳이다.

이처럼 개인이나 기업, 재단 등이 운영하는 사립 미술관은 설립자가 지닌 시각 등과 맞물리는 고유한 특색이 있다.

◇국립 아니어도 국보·보물 애정이 넘친다

간송미술관 소장품인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국보 294호). /사진제공=간송미술문화재단

미술계가 서울 3대 사립미술관으로 거론하는 ‘간송미술관’ ‘삼성 미술관 리움’ ‘호림박물관’은 우리 문화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곳이다. 이중 가장 역사가 긴 간송미술관의 소장품은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68호) △훈민정음(국보 70호)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국보 294호) 등 국보와 보물의 향연이다. 재단이 소장한 국보만 13점, 보물도 10점에 달한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간송 탄생 110주년을 맞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현대미술가와 간송미술관 소장품인 겸재 정선의 서화 등을 함께 소개하는 ‘올드 앤드 뉴-법고창신(OLD & NEW - 法古創新)전’을 오는 10월23일까지 개최한다.

호림박물관 소장품인 백자청화매죽문호(국보 222호). /사진제공=호림박물관

관악구 미성동의 호림박물관은 민족문화의 계승과 발전을 설립 취지로 1982년 개관했다. 성보실업, 성보화학, 유화증권 창업자인 호림 윤장섭 전 성보문화재단 이사장이 세운 미술관으로 국보 8점, 보물 52점을 소장했다. △분청사기박쥐연어문편병(국보 179호) △백지묵서묘법연화경 권1~7(국보 211호) △백자청화매죽문호(국보 222호)와 함께 보물 등의 소장품이 있다. 개성 출신인 설립자의 문화재 사랑을 조명한 추모특별전인 ‘한 송도인(松都人)의 문화재 사랑전’을 지난 5월부터 진행 중이다.

삼성 미술관 리움 소장품인 청자진사 연화문 표형 주자(국보 133호)

2004년 개관한 한남동 삼성 미술관 리움은 전통미술과 생동하는 현대미술, 시대적 가치를 반영한 국제미술을 아우른다. ‘세계를 향하는 미술관’을 표방한다.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 118호), 청자진사 연화문 표형 주자(국보 133호), 금관(국보 138호·전 고령 금관 및 장신구 일괄), 등 지정 문화재뿐 아니라 윌리엄 드 쿠닝, 알베르토 자코메티, 나라 요시토모 등 해외 거장 작품도 소장했다. 내년 2월 26일까지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 설치 미술가인 올라퍼 엘리아슨 개인전, ‘올라퍼 엘리아슨: 세상의 모든 가능성’ 전을 선 보인다.

대림미술관의 닉 나이트 사진전 포스터. /사진제공=대림미술관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 32길 8(평창동 456-16)에 위치한 토탈미술관 전경. 해외 거장의 현대미술 전시 공간으로 유명한 시설이다. /사진제공=토탈미술관

◇예술의 범위는 어디까지? 재기발랄한 기획전

대림미술관과 디뮤지엄은 패션과 가구디자인, 사진처럼 일반 관객이 흥미를 끌 전시기획에 힘을 쏟는다. 두 미술관은 대림산업이 설립,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대림문화재단이 개관했다. 대림미술관은 유명 사진가 닉 나이트의 국내 첫 사진전 ‘거침없이, 아름답게전’을 오는 10월6일부터 내년 3월26일까지 선보인다. 디뮤지엄은 ‘헤더윅 스튜디오 : 세상을 변화시키는 발상전’을 오는 10월23일까지 개최한다.

이명옥 한국미술관협회장이 1996년 개관한 사비나미술관은 최근 주목받는 미술장르와 기술이나 디자인 등 타 장르간 ‘융합형 전시’의 원조에 해당한다. 설립 때부터 작가가 아닌 테마 중심의 융복합 기획전 전문 전시공간을 표방했다. 사비나미술관은 ‘엠마 핵 사진전-우리 몸이 꽃이라면전’을 오는 10월30일까지 연다.

노준의 서울시미술관협의회장이 이끄는 40년 역사의 평창동 토탈미술관은 해외 현대미술 거장들을 국내에 소개하는데 힘을 쏟았다. 토탈미술관은 오는 10월23일까지 ‘듣는 나라의 앨리스(Through the Listening Glass)전’을 연다.

사비나미술관에서 김홍도 작품을 기반으로 카무플라주 아트 퍼포먼스를 선보인 엠마 핵(왼쪽). /사진제공=사비나미술관

서울특별시 성동구 금호동(1가 1787-1)에 위치한 헬로우뮤지움 내부. /사진제공=헬로우뮤지움

◇장르·작가·타깃…한우물 판 미술관도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은 국내 최초 사진전문 미술관이다. 한미약품이 세운 가현문화재단이 미술관을 운영한다. 예술적·역사적 가치가 있는 사진가들의 중요한 작품들로 구성된 소장품을 전시 또는 출판한다. ‘앙리 카르티에-브래송의 스크랩북전’을 오는 12월3일까지 연다.

금속공예가인 유리지 전 서울대 명예교수(1945~2013년)가 설립한 유리지공예관은 국내 유일의 현대금속공예 전문 미술관이다. 오는 10월30일까지 ‘현대금속공예 아카이브전’을 개최한다.

거장의 예술세계를 조명하기 위해 세운 미술관도 있다. 환기미술관은 한국 추상화의 선구자 수화 김환기(1913~1974년)를 기리는 미술관이다. 김환기의 아내, 고 김향안(본명 변동림·1916~2004년)이 1992년 설립했다. 환기미술관은 ‘더 뮤즈, 김향안의 이야기전’ 1부 전시를 오는 10월23일까지 연다.

기업의 정체성과 어울린 독특한 소장품으로 이목을 끄는 미술관도 있다. 포스코미술관은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정신으로 설립한 철강업체 포스코가 세운 전시공간이다. 포스코센터 정문에 놓인 프랭크 스텔라의 스테인리스스틸 설치작품 ‘꽃이 피는 구조물’, 포스코센터 1층 로비에 있는 백남준의 비디오설치 작품 ‘철이철철-TV깔때기, TV나무’ 등처럼 철과 접점이 있는 작품을 상설 전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