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또 '무임승차론'…"韓, 방위비 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헴스테드의 호프스트라대에서 열린 첫 대선 1차 토론에서 또다시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의 '무임승차론'을 제기했다. 방위비를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는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과의 상호방위조약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먼저 방위비 분담 문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일본과 한국이 자국을 방어하는 데 돈을 제대로 내지 않아 우리가 재정적으로 큰 손실을 보고 있다"며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그가 당내 경선 과정에서 거듭 주장해 온 '무임승차론' 카드를 다시 꺼내 보수 표심을 자극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힐러리는 "한국과 일본 등 동맹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고 그것을 존중할 것"이라며 "우리의 약속이 유효하고 지구촌 상황을 전체적으로 보는 게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과거 이라크 침공에 찬성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핵무기에 대해 무신경하다고 비판했다.


힐러리는 "일본과 한국 등 우리 동맹에게 우리는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고 그것을 존중할 것이라는 점을 확신시켜 주고 싶다"고 동맹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또 "이 선거가 많은 지도자의 우려를 자아냈는데 우리의 약속이 유효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며 "우리가 지구촌의 상황을 보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핵 문제에 대해 클린턴은 "트럼프의 핵무기에 관한 태도가 무신경하다"고 지적하자, 트럼프는 "지구온난화가 아닌 핵무기가 전세계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중국이 북한 핵 위협을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 금융시장은 이번 토론을 클린턴의 승리로 보고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금융시장에서는 30%에 달하는 부동표의 표심을 좌우할 이번 토론을 오는 11월 대선의 사실상 마지막 리허설로 여기고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가 이번 토론에서 클린턴에게 뒤진 지지율을 만회하거나 토론이 박빙의 승부를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클린턴이 대권을 잡으면 현상유지를 통해 리스크(위험)를 줄일 수 있지만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거나 대선 승패가 오리무중에 빠지면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토론 뒤에 뉴욕증시의 3대 지수 선물은 일제히 올랐다. 27일 오전 1시44분 현재 다우지수 선물은 0.54% 상승했고 S&P500지수 선물, 나스닥지수 선물은 각각 0.55% 뛰었다. MSCI아시아태평양지수(일본 제외)도 토론 직후 반등세가 돋보였다. 일본 증시는 27일 오전 내내 하락세를 띠다가 토론이 끝난 오후 들어 오름세로 돌아섰다. 닛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0.84% 오른 1만6683.93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