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코스피, 김영란법 내수절벽 넘을까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4분기 내수 침체가 우려되며 코스피의 박스권 돌파 시도에 제동이 걸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단기적으로 내수 침체는 불가피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27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5.71포인트(0.77%) 오른 2062.82에 마감했다. 금융투자(1114억원)와 연기금(1267억원) 순매수가 지수를 견인했다.

허필석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김영란법이 단기적으로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파급효과는 두고 봐야 한다"며 "다만 법 시행이 코스피 영업이익을 결정적으로 좌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영란법, 4분기 내수에 '복병'될까=전문가들은 김영란법의 적용 범위가 불분명한 것이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법의 적용범위가 넓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다는 것이 최대 리스크"라며 "법 시행 취지는 긍정적이나 단기적으로 4분기 내수 경기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가계의 소비여력이 부족한 요즘 기업의 소비 지출 감소는 한국경제에 타격이 클 거란 전망이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계는 고유자산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소비 여력이 크게 위축된 반면 기업은 유보 이익 증가로 소비 창출력이 높기 때문이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법인카드 지출이 감소하면 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2004년 시행된 접대비실명제 사례를 살펴보면 2004년 법인카드 결제금액은 83조3419억원으로 전년비 16.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김영란법의 시행은 금전 외에도 음식료, 주류, 골프 등의 소비 감소로 이어져 소비심리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과거 미국과 영국의 부패척결 법안 시행 이후 소비심리지수가 한 분기 이상 둔화된 것처럼 단기적으로 소비 둔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1978년 10월 정부윤리법을 개정하면서 소비자 기대지수가 급락했다. 영국도 2011년 7월 뇌물수수법이 발효되며 소비심리가 침체됐고 일본도 2000년 4월 국가공무원윤리법 시행으로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한 바 있다.

◇김영란법보다 실적·유동성이 변수◇=다만 증시 측면에서는 김영란법과 같은 일회성 변수가 대세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거란 분석이다.

과거 2004년 접대비실명제가 시행됐지만 코스피는 2003년 3월 500대에서 상승을 개시, 2007년 코스피 2000을 돌파했다. 2004년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고 수출기업의 실적이 급증한 것이 상승의 동력이었다.

특히 올해는 증시의 배당수익률이 사상 처음으로 정기예금 금리를 추월하고 부동산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77,200원 ▼2,400 -3.02%)가 실적을 등에 업고 신고가를 기록했다. 아울러 MMF(머니마켓펀드)잔고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대기성 시중자금이 풍부한 점, 2016년 코스피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 지수 상승의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다.

허필석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미국 대선, 3분기 실적과 더불어 김영란법도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나 큰 그림에서는 긍정적인 변수가 더 많아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