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늘려 집 사고 소비했다"…가계 여윳돈 5년만 최저

26일 오후 서울시내 부동산 중개소에 전세 매물이 붙어있다. /사진제공=뉴스1

가계 여윳돈이 약 5년만에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으로 주택을 구입하고 소비를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 대출 늘고, 예금 줄어…가계 여웃돈 감소=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 자금잉여(자금조달-자금운용)는 13조7000억원으로 전기대비 10조6000억원 감소했다. 이는 2011년 3분기(6조6000억원) 이후 최저치다.

자금잉여는 예금, 보험·연금, 채권·주식 등으로 굴린 돈에서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을 뺀 개념이다. 규모가 커질수록 여윳돈이 늘었다는 의미다. 한은이 분류한 가계 및 비영리단체 범주에는 일반가계 뿐만 아니라 소규모 개인사업자, 종교단체 등이 포함된다.

2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 자금조달 규모는 36조6000억원으로 1분기보다 16조4000억원 증가했다. 단기차입금은 7조4000억원, 장기차입금은 29조600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자금운용 규모는 50조3000억원으로 전기보다 5조8000억원 증가했다. 금융기관 예금은 19조1000억원으로 전기보다 4조4000억원 줄었으나 보험 및 연금(18조7000억원→20조원), 채권(-2조7000억원→7조3000억원) 등의 운용 규모는 증가했다.

2분기 가계 예금이 줄어든 것은 주택구입 증가, 소비 확대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문소상 한은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올 2분기 주택분양 규모가 확대됐고 신학기 시작, 5월 가정의달 등을 맞아 소비가 늘어나면서 가계 자금잉여가 전기보다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발표된 한은 국민소득(잠정) 통계를 보면 올해 2분기 총저축액은 144조원으로 1분기보다 1조5000억원 감소했다. 총저축률(총저축액/국민총처분가능소득)은 35.5%로 전기대비 0.7%포인트 떨어졌다.

/자료=한국은행

◇ 기업 자금부족 감소, 정부 여웃돈 증가= 기업(비금융법인)의 2분기 자금조달액은 23조5000억원, 자금운용액은 20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자금부족 규모는 3조2000억원으로 전기(3조5000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공기업 경영효율화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반정부 자금잉여는 8조8000억원으로 전기(5조3000억원)보다 3조5000억원 증가했다. 문 팀장은 이와 관련해 “2분기 세수 증가로 정부 잉여금이 1분기보다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2분기 외국인 등 비거주자가 국내에 투자한 금액은 9조7000억원,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에 투자한 금액은 32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국외부문 자금부족 규모는 23조1000억원으로 전기(30조6000억원)보다 축소됐다.

올해 2분기 중 금융법인이 정부, 기업, 가계로부터 조달한 자금규모는 68조원으로 이 중 56조4000억원이 비금융부문에 공급됐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 대출금이 37조원으로 가장 많았다.

◇ 가계 금융자산, 금융부채 2배 넘어= 올해 6월말 기준 가계 및 비영리단체 금융자산은 3284조원으로 3개월 전보다 53조4000억원 증가했다. 금융부채는 1479조원으로 36조7000억원 증가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금융부채 배율은 2.22배로 전기(2.24배)보다 소폭 하락했다.

비금융법인기업은 금융자산이 2352조원, 금융부채가 2448조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와 비교해 금융자산은 13조2000억원, 금융부채는 15조2000억원 각각 증가했다.

일반정부 금융자산은 전기보다 8조5000억원 증가한 1424조원, 금융부채는 22조4000억원 증가한 934조원으로 집계됐다.

한편 가계·기업·정부 등 국내 경제주체의 총금융자산은 1경5133조원으로 전기보다 187조원 증가했다. 상품별로 △현금 및 예금 2886조원 △보험 및 연금준비금 1062조원 △채권 2543조원 △대출금 2651조원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2948조원 △파생상품, 직접투자 등 기타 3043조원으로 각각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