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 "엔高타고 돌아온 日관광객 잡아라"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면세업계가 일본인 고객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올 들어 본격화한 엔고로 일본인 관광객이 다시 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12년까지만 해도 지금의 중국인처럼 최고 비중을 차지하던 주고객층이 일본인이었지만, 이후 꾸준히 줄어 '유커'(중국인관광객)에 자리를 내줬다. 과도한 유커 편중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일본 관광객 유치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업계에 퍼지고 있다.

28일 신세계면세점은 1만1000명 규모의 일본인 기업단체고객을 유치했다고 밝혔다. 일본 내 가장 큰 상조협회인 '전 일본 관혼상제 상조협회' 회원사 직원으로 구성된 인센티브단으로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6개월에 걸쳐 신세계면세점 부산점과 서울 명동점을 방문하게 된다.

이번 단체 유치는 최근 한일관계 개선과 엔고로 늘고 있는 일본인 고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노력의 결과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1000원 이상으로 엔고가 본격화한 2월부터 일본인 관광객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6월과 7월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 수는 각각 18만192명, 18만6194명으로 전년대비 각각 78%, 128% 증가했다. 지난 달에는 22만5456만 명까지 늘었다.

이런 가운데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가 지난달 메르스 발생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이 대폭 감소한 지난해 7월을 제외하면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전월 대비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중국인 관광객 수는 87만3771명으로 7월 91만7519명보다 4.8% 감소했다. 이와 관련,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영향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번지고 있다.

이처럼 증가하는 일본인 관광객 추세에 맞춰 유치 마케팅도 본격화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올 상반기 20세 이하, 20대 젊은 일본인 고객층이 각각 전년 대비 245.7%, 183.2% 증가한데 초점을 맞춰

지드래곤, 전지현에 이어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그룹 '아이콘'을 모델로 채용했다.

또 이달 초에는 일본 걸그룹 4팀이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일일점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일본인 고객 대상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지와 면세점 홈페이지도 오픈할 예정이고, 일본어가 가능한 직원 채용도 늘리고 있다.

롯데면세점도 고객비중 변화 추이를 파악하고 본격적인 일본인 유치 강화에 나섰다. 롯데면세점의 일본인 매출은 지난해까지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왔지만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전년 대비 20% 상승세를 보였다.

롯데면세점은 이달 '일본인 관광객 활성화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리고 일본 현지에서 100여개 여행사와 상품 개발 협의를 진행했다. 또 이달 말 일본에서 열린 국제 여행박람회 '투어리즘 엑스포 재팬 2016'에 참가해 한국 관광 홍보활동을 펼쳤으며 10월에는 '롯데패밀리 콘서트'를 열고 고객 초청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신라면세점은 일본인 개인자유여행객(FIT) 대상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일본 휴대전화 시장 1위 통신사 'NTT docomo'와 제휴를 맺었고, 1위 카드업체 JCB와 제휴를 추가 연장했다.

면세업계는 일본인 관광객 증가를 '또 다른 기회'로 보고 있다. 2012년 일본인 관광객이 352만여명으로 고점을 기록했을 당시 면세점 전체 매출의 70~80%를 차지할 정도로 구매력이 있는 주고객층이었다. 최근 시작된 일본인 관광객 증가현상은 면세점 매출성장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보준 롯데면세점 마케팅부문장은 "면세업계가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주력해 큰 성과를 거뒀지만, 편중 현상이 심해진 측면도 있다"며 "앞으로 일본 등 비중화권 현지 마케팅을 강화해 다양한 국적의 고객을 유치하는데 힘을 싣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