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아낀 문선재 "양현종 천적?.. 그저 최선 다할 뿐"

LG 문선재. /사진=LG트윈스 제공

"좌투수니까 나가긴 나갔는데요, 솔직히 국가대표급 에이스니까 잘 친 기억은 없는 것 같아요. 그때그때 최선을 다 했을 뿐인데 기록이 이렇게 됐네요."


LG 4위 굳히기의 일등공신 문선재는 웃음을 아꼈다. 문선재는 27일 KIA전서 4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6-1 승리에 앞장섰다. LG는 이날 승리로 5위 KIA를 3경기 차로 따돌렸다. 문선재는 공격 선봉에서 KIA의 에이스 양현종을 괴롭히며 수훈선수로 선정됐다. 하지만 아직 플래툰인 문선재에게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었다.

올 시즌 46경기에 출전한 문선재가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경기는 22경기에 불과했다. 상대 선발이 좌투수인 경우에 한해 기회를 받았다. 리빌딩을 선언한 LG 외야진에서 김용의와 채은성이 자리를 잡았고 문선재는 이천웅, 이형종 등과 함께 아직 경쟁 중이다. 최근 활약이 뛰어나지만 당장 다음 경기의 상대 선발이 우투수라면 출전 여부가 불확실하다.

들쑥날쑥한 기회에도 문선재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특히 양현종을 상대로는 13타수 7안타 3홈런으로 천적 수준이다. 올해 때린 홈런 5개 중 3개를 양현종에게 빼앗았다. 불과 지난해만 하더라도 7타수 무안타 4삼진에 그쳤는데 극적인 반전이다.

경기 후 문선재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좌투수가 나오면 나가고 그랬는데 양현종 선배는 국가대표급 에이스다. 사실 잘 쳤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중간중간에 들어왔다 나갔다, 왔다 갔다 많이 했다. 그냥 그때그때 최선을 다 하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고 돌아봤다.


이어 "오늘(27일) 같은 경우는 사실 부담이 됐다. 경기 전부터 워낙 양현종선배에게 강하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잘 해야 될 것 같았고 못하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이런 것도 즐기고 이겨내야 좋은 선수가 아니겠나 생각했다. 하던 대로 하니까 잘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꾸준하지 못한 기회 속에서도 끊임없는 마인드컨트롤과 연습으로 감각을 유지했다. "어쨌든 내가 처한 상황이 그렇다.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기회를 얻었을 때 하나씩 해내야 한다. 경기에 나가지 못하면 연습을 더 하고 보면서도 나름대로 생각하고 더 생각한다. 항상 준비한다는 마음이다"라 담담히 말을 이었다.

올 시즌 2군에는 두 번이나 다녀왔다. 개막 엔트리 합류가 불발됐고 5월 말 콜업됐으나 한 달 만에 다시 내려갔다. 그리고 9월 엔트리가 확대되고 나서야 돌아왔다. 합류 후에는 13경기서 26타수 10안타 타율 0.385를 기록 중이다.

"많이 왔다 갔다 하면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2군에 가면 마음을 다잡는 일이 가장 먼저다. 아무래도 쳐지고 심정적으로 안 좋다 보니까 그것부터 잡고 보완할 부분을 면밀하게 체크한다"며 힘든 시기를 회상한 문선재는 "이번에 올라올 때에도 똑같은 마음이었다. 몇 경기 남지 않았지만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나가서는 준비한 대로 하는 것, 그게 전부다. 최선을 다 하다 보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들 수 있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