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업계, 합성고무 등 4개 품목 사업재편 불가피

28일 주형환 산업부 장관과 국내 석유화학 기업 CEO(최고경영자) 간담회가 개최됐다/사진제공=뉴스1

국내 석유화학 33개 주요 품목 가운데 테레프탈산(TPA), 폴리스티렌(PS), 합성고무(BR, SBR), 폴리염화비닐(PVC) 등 4개 품목에 대한 사업재편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석유화학협회는 28일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국내 석유화학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자리에서 이같은 내용의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진단 및 지속성장 전략' 컨설팅 결과를 발표했다.

석유화학협회는 지난 4월 석유화학이 경기 민감업종으로 지정되고, 대내외 공급과잉 우려가 계속되자 지난 7월 글로벌 컨설팅업체에 의뢰해 지난 10주간 현황을 점검했다.

컨설팅 결과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글로벌 제품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저유가 속에도 안정적 수급이 지속돼 산업규모·석화단지 집적면·운용효율 면에서 경쟁력을 지속할 수 있지만, 유가가 상승할 경우에 저원가 설비가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단기간 설비 조정이 필요한 품목으로는 TPA와 PS가, 추가 증설 없이 고부가 제품으로 조기 전환이 필요한 품목은 BR·SBR와 PVC가 지목됐다.


대표적 공급과잉 품목으로 꼽히는 TPA는 중국 자급률 상승 후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중국과 인도 등 주요시장에서 반덤핑 규제 중인 점을 들어 업계간 수출 물량을 고려한 적정 규모를 산정한 후 설비 통합 및 감산을 추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PS는 내수 시장은 경쟁력이 있으나 수출시장은 경쟁국의 저가 공세시 수익성 악화가 예상돼 수출용 생산 설비 위주로 감축 및 고부가 품목 전환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합성고무는 범용제품 설비를 고기능 합성고무(SSBR), 엘라스토머 등 고부가제품 생산설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고부가 시장에 대한 기술력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을 늘리고, 타이어 라벨링 확산 및 친환경타이어 세제 지원 등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PVC는 수출 경쟁력은 있으나 중국시장에서 공급과잉 및 수요정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범용 설비를 클린 PVC 등 고부가 제품 설비로 전환하고 소방법 규제 강화를 통한 난연소재(CPVC) 사용 확대 등 시장 여건을 마련해야 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에틸렌(PE)은 LPG(액화석유가스) 원료 활용을 확대하고 노후된 물류 인프라 개선, 중합·촉매 원천기술 개발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충청남도 대산단지를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하는 것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주형환 장관은 간담회에서 “향후 고유가 시대와 후발 개도국의 추격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인 사업 재편으로 군살을 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설비 통폐합 등 사업재편에 나서는 업체에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에 따른 세제, 금융, 연구개발(R&D) 등 인센티브와 함께 공정거래법상 절차 간소화 등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석화업계도 정부의 노력에 발맞춰 현재 2%에 못미치는 R&D 비중을 일본 등 선진국의 6% 수준으로 확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주 장관의 발언은 최근 저유가로 인한 수익 증가로 사업재편이 지지부진한 석유화학업계를 향해 공급과잉품목을 중심으로 즉각적인 사업재편에 나서달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대표이사(석유화학협회장)는 "이번 컨설팅은 산업현황을 파악하는데 의의가 있었고, 업계가 파악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며 "단기간에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고 업계의 ‘컨설팅 보고서’를 참조해 오는 3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