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보험상품 개발, 보험업법이 발목 잡나

스마트워치 등 착용형 기기(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해 건강상태를 점검한 뒤 이를 보험료에 반영하는 핀테크(금융기술) 보험상품 1호 출시를 두고 금융당국이 고민에 빠졌다. 해외에서는 건강관리를 잘하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이같은 상품이 이미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국내에선 보험업법이 ‘복병’이 되고 있어서다. 보험사들이 초기 시장 개척을 위해 스마트워치를 무료로 제공할 경우 보험업법상 특별이익 제공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보험업계는 최근 국무조정실 산하 신산업투자위원회에 착용형 기기와 연계된 핀테크형 보험상품 출시를 위해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건의했다. 미래에셋생명이 준비하고 있는 핀테크형 보험상품이 출시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미래에셋생명은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밴드를 착용하고 하루에 만 보 이상 걷거나 일정 수준 이상 칼로리를 소모하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온라인 건강보험을 준비하고 있다. 담배를 피지 않는 등 건강한 사람에게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상품은 있지만 평소 건강관리 상태를 점검해 보험료를 깎아주는 상품은 국내에 아직 없다.

문제는 미래에셋생명이 보험상품 판매를 위해 보험가입자에게 착용형 기기를 무료로 제공할 경우 보험업법상 특별이익 제공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업법 98조에 따르면 보험사는 보험가입자에게 연간 납입하는 보험료의 100분의 10과 3만원 가운데 작은 금액을 초과하는 금품을 제공할 수 없다. 스마트워치 등 착용형 기기는 저가 상품도 있지만 3만원을 훌쩍 넘는 상품도 많다. 미래에셋생명이 3만원이 넘는 기기를 제공하면 보험업법 위반 소지가 있다.

신산업투자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고 착용형 기기를 무료로 제공할 경우 보험업법상 특별이익에 해당되는지 금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금융위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 내부에서는 고가의 기기를 무료로 제공해 보험 가입을 유도할 경우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기기를 무료로 제공하지 않고 보험료 할인폭을 확대해주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안츠생명은 하루 만 보 이상을 걷는 등 건강관리를 잘하는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점검해 잘한다는 결론이 나면 월 2000원을 보험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건강관리와 상관없이 스마트밴드를 사면 스마트밴드 업체가 상해보험료를 대신 내주는 상품을 출시했다. 고객 입장에선 스마트밴드를 사면 상해보험에 무료 가입이 되는 방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특별이익 제공은 설계사의 과당 영업을 제한하기 위한 규제인데 온라인 핀테크 보험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웨어러블 기기를 제공하는 것은 보험료 할인 등 소비자 혜택을 위한 것인 만큼 특별이익 범주에 넣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