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영장 기각…한·일 롯데 '장악력 강화' 급선무

법원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한 신 회장은 기업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한·일 롯데에 '신동빈 장악력'을 강화하는 작업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29일 법원은 175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신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구속은 면하게 된 만큼 신 회장은 최근 가장 큰 위협으로 대두된 경영권 문제를 불식시키는데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는 신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롯데홀딩스 사장이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또 쓰쿠다 사장을 비롯 고바야시 마사모토(小林正元) 롯데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일본 경영진이 이사회 의결권의 과반 이상을 갖고 있어 경영진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구조다.

이에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신 회장을 해임하고, 쓰쿠다 대표 단독체제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그룹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지분도 93.8% 상당 보유하고 있는 만큼 최악의 경우 한국 롯데가 일본에 통째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었다.


불구속 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와 같은 우려가 말끔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일본 현지 기업경영 법 관념상 배임, 횡령 의혹에 따른 기소, 그리고 검찰의 영장청구 자체가 문제시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일 롯데 경영권이 몽땅 일본 전문 경영진에 넘어갈 갈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면서도 "일본의 경우 검찰 영장청구 자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경영자로서 '결격 사유'로 문제시할 수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경영권 탈환을 위해 나설 가능성도 있다. 신 회장은 1년여 전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이래 세 차례 주총에서 경영권 탈환을 노렸지만 매번 신 회장에 패했다. 이에 '무한 주총' 참여를 선언하기도 했지만 최근 자신도 검찰수사를 받게 돼 신 회장 측에 대한 공세를 중단했다.

그렇지만 신 전 부회장 측은 최근 경영권 회복 의지를 꺾은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다시 내비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될 전망인데, 혐의와 이에 따른 처벌 가능성에 있어 신 회장 측이 훨씬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다. 이에 일본 롯데홀딩스 측에 신 회장의 경영자로서의 도덕적 자질 등을 문제시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신 회장은 얻게 된 시간 동안 지배구조 개선작업과 주요사업 추진에 시동을 거는 동시에 한일 롯데에서 본인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작업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긴 재판과정에서 직원들의 동요와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그룹총수로서 신뢰 회복과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선결과제이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이후 그룹 경영권의 취약성을 신 회장도 뼈저리게 느끼게 됐을 것"이라며 "위기 상황 속에서도 정상적으로 기업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인적 배치, 조직 개편 등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