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영장기각으로 동력 상실한 檢…'수사실패' 비판 직면

1750억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9일 새벽 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며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사진=뉴스1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동력이 사라졌다. 검찰은 특수부, 첨단범죄수사부 등 2개부서 인력을 투입하고도 신 회장 구속에 실패해 비판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정관계 로비 의혹 등에 대해서는 더이상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9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수사 내내 신 회장이 비리의혹의 정점에 있다고 해왔다. 신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를 보면 탈세 등 일부 비리를 제외한 오너일가의 비리가 신 회장 책임으로 돼 있다.

검찰은 신 회장에게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62) 등 오너그룹 일가에게 급여 등의 명목으로 회삿돈 500억원을 부당하게 지급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를 적용했다. 이 중 신 부회장에게 지급한 400억원의 임금은 신 회장이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지급한 '보험' 성격이었다는게 검찰 판단이었다.

롯데시네마에 일감을 몰아줘 회사에 770억원대 피해를 끼친 것과 유상증자를 통한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인한 롯데그룹의 470억원의 손해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씨(56)가 연루돼 있었지만 검찰은 최종 책임을 신 회장이 져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내용과 경과,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신 회장의 혐의 입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롯데그룹 수사에서 여러차례 영장 기각으로 고배를 마셔야 했다. 9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회사에 8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는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56), 270억원대 소송사기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는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65) 등 주요 인물들에 대한 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여기에 신 회장마저 구속을 피해 검찰 수사는 더이상 진행이 어려워졌다. 롯데홈쇼핑의 로비 의혹, 롯데건설 비자금의 용처 등에 대해서는 현재 상황에서 신 회장 등 윗선에 책임을 묻긴 어렵다는게 법조계 중론이다.

특히 수사 초기부터 제기되던 제2롯데월드를 둘러싼 의혹은 계속 의혹으로만 남을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MB정부에서 숙원사업이던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를 받았다. 공군은 안전상의 이유로 제2롯데월드 건축을 10여년 넘게 반대해 왔으나 MB정부는 성남비행장의 항로를 변경하면서까지 롯데그룹의 손을 들어줘 여러 의혹이 제기됐으나 검찰 수사는 닿지 않았다.

신 회장은 결국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신 회장을 구속시키지 못한 것은 수사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며 "수사팀과 검찰 조직 전체에 주는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았고 신 회장의 영장마저 기각됐다"며 "신 총괄회장의 책임이 크다는 이인원 부회장의 유서를 결국 검찰이 넘어서지 못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