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 탓 수감생활한 피해자, 전두환·국가 상대 손배소 패소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스1

1980년 민주화운동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영장 없이 연행된 뒤 수감생활을 한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이 전두환 전 대통령과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소송의 2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고법 민사33부(부장판사 이경춘)는 A씨와 그의 가족 5명이 "총 5억원을 지급하라"며 전 전 대통령과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1980년 5월 서울 중구의 한 인쇄소에서 '구속인사 석방', '5·18 이전으로의 복귀' 등을 주장하는 유인물을 사전검열 없이 출판하고, 배포할 것을 모의한 혐의(계엄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이 확정됐다.

1982년 형집행정지로 출소한 A씨는 1994년에는 광주민주화운동관련자보상심의위원회에서 총 9900여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이후 A씨는 재심을 청구했고 2012년 "A씨의 행위는 전 전 대통령 등의 헌정질서 파괴범죄 행위를 저지하거나 반대한 것으로 자유민주주의 국민의 기본권 보장 등을 내용으로 하는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아 확정됐다.

이에 A씨와 가족들은 이미 받은 보상과는 별도로 전 전 대통령과 국가 등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미 보상금을 지급받았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A씨가 당시 관련 법에 따라 보상금 지급 결정에 동의한 것은 민주화운동 관련 피해 일체에 대해 (국가 등과)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영장 없이 A씨가 체포됐다는 점 점만으로는 위법한 체포라 단정할 수 없고, 국가가 A씨를 체포·구금·수사하는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은 A씨가 당한 체포·구금 등이 불법행위에 해당하긴 하지만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A씨 등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합동수사본부 수사관 등은 장기간 A씨를 불법 구금하고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이는 국가배상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소송은 A씨가 석방된 1982년부터 5년이 훨씬 지난 2012년 8월 제기돼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A씨의 손해배상 청구 권리는 소멸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