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억대 주택전세자금 대출사기단 무더기 적발

머니투데이

윤준호 기자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서민에게 나가야 할 근로자 주택전세자금을 허위 서류로 불법 대출받아 나눠가진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사기 등 혐의로 전세자금 대출사기단 총책 박모씨(39) 등 3명을 포함해 총 34명을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같은 혐의로 임대차인 모집책·서류 위조책 등 20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2년 12월부터 3년간 서울·대구·강원 지역에서 78회에 걸친 불법 전세자금 대출로 84억6000만원 상당 부당이득을 남긴 혐의다.

범행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먼저 총책이 값싼 오피스텔을 임대 받아 유령회사를 차렸다. 이후 모집책이 지역 광고지나 온라인에서 급전이 필요한 무직자들을 끌어모았다.

위조책은 무직자들을 근로자로 둔갑하고자 재직증명서·의료보험증사본 등을 허위로 작성했다.

마지막으로 모집책이 지인을 꼬드겨 허위 임대인으로 내세우면 무직자들은 그집에 들어갈 임차인이라고 속여 은행에서 근로자 전세자금을 대출 받았다.

대출 받은 전세자금 중 40%는 허위 임차인으로 역할한 무직자들에게 돌아갔다. 허위 임대인과 총책은 20%, 모집책과 위조책은 10%씩 나눠 가졌다.

일당이 범행에 악용한 근로자 전세자금 대출제도는 국민주택기금이 서민 주거안정에 도움을 주고자 전세보증금 70%를 연 2%대 저리로 대출해주는 제도다.

세금으로 마련한 재원인 만큼 대출 사기 피해금액이 환수되지 않으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간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검거한 일당 이외에 허위 임대차인 147명을 추가 입건해 수사 중"이라며 "앞으로 감시·감독을 강화해 부당대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