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관리 시작됐나…주택담보대출금리 8개월만 상승

한 시중은행 가계대출 상담창구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국내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지난 6월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가계대출 금리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나타낸 가운데, 유독 주택담보대출금리만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만이다.

이와 함께 시중은행 여신심사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로 10~20%대 고금리인 저축은행 가계대출 수요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 주택담보대출만 오른 이유=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8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통계를 보면 8월 예금은행 신규 가계대출 금리는 2.95%로 전월보다 0.01%포인트 하락했다.

상품별로 △500만원 이하 소액대출(4.43%→4.26%) △집단대출(2.82%→2.79%) △예·적금 담보대출(3.00%→2.94%) △보증대출(2.92%→2.85%) 등은 금리가 하락했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66%에서 2.70%로 오히려 0.04%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8월 시장금리는 혼조세였다.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 금리는 1.31%로 전월대비 0.01%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은행채(AAA) 5년물 금리는 8월초 1.379%에서 8월말 1.509%로 0.13%포인트 상승했다.

시장금리는 통상 신규 예금·대출 금리와 연동되는데, 주택담보대출 금리만 오른 것은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영업 한은 경제통계국 부국장은 “최근 가계대출이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해 은행들이 신규대출 관리를 강화한 영항으로 관련 금리가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업대출 금리는 3.38%로 전월보다 0.01%포인트 상승했다. 대기업에 적용된 금리는 3.03%로 전월보다 0.05%포인트 하락했고,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3.56%로 전월보다 0.03%포인트 상승했다.


가계와 기업대출을 아우른 전체 신규 대출금리는 3.23%로 전월과 동일했다.

저축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을 이어갔다. 8월 신규 예·적금 금리는 전월대비 0.01%포인트 하락한 1.31%로 집계됐다.

상품별로 정기 예·적금 등 순수저축성예금 금리는 1.31%, 양도성예금증서(CD)와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시장형금융상품 금리는 1.35%로 각각 집계됐다.

신규 정기예금의 99.9%가 연리 2.0% 미만이었고 2.0~3.0% 금리가 적용되는 상품은 0.1%에 불과했다.

신규 예대금리차(대출금리-수신금리)는 1.92%로 전월대비 0.01%포인트 상승했다. 수익성을 고려한 은행들이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를 더 내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료=한국은행

◇ 저축은행 가계대출 수요 늘어= 제2금융권 예금, 대출 금리도 변동성을 나타냈다. 특히 가계대출 수요가 증가한 저축은행 대출금리가 대폭 상승했다.

8월 상호저축은행 대출금리는 11.44%로 전월보다 0.24%포인트 상승했다. 이와 관련 최 부국장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가계대출 수요가 증가한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8월 저축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15.70%로 전월대비 1.13%포인트 상승했지만, 기업대출 금리는 7.80%로 0.33%포인트 하락했다.

신용협동조합 대출금리는 4.50%, 농·수협 등 상호금융 대출금리는 3.79%, 새마을금고는 3.83%로 전월대비 0.02~0.07%포인트 하락했다.

신규 예금금리는 △저축은행 2.13% △신용협동조합 1.95% △상호금융 1.51% △새마을금고 1.87%로 각각 집계됐다.

경기활성화 차원에서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세를 우려하는 지적이 많다. 한은 내부적으로도 가계대출 질이 악화됐다는 평가가 많다.

한은이 공개한 9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가계대출이 부동산시장 활성화에 따른 대출수요에 더해 주거비, 생계비 마련을 위한 신용대출 수요도 가세했다“며 ”대출이 비은행, 신용대출 등으로 확산되고 있어 업권 및 상품간 건전성규제 차별 적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