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헌철 박사 “동서 방향 활성단층 없었다”

지헌철 지질硏 前 지진연구센터장/사진=한국원자력산업회의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전 지진연구센터장)은 29일 ‘한반도에 남북을 가로지르는 단층 뿐 아니라 동서 방향의 활성단층도 있다’고 말한 일본 지진 전문가 가사하라 준조 도쿄대 명예교수 주장과 관련 “오래전 나온 기상청 자료를 보고 얘기한 것 같다”며 신뢰하기 힘든 얘기라고 말했다.


지헌철 박사는 이날 오전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서 열린 ‘제187차 원자력계 조찬강연회’에서 기자와 만나 “경주 지진의 총 300개 여진을 조사해본 결과 남북 방향으로 뻗어있는 단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가사하라 교수의 얘기는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지기 전에 작성된 오래된 자료를 보고 추정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 박사는 ‘앞으로 3~4개월 전후로 경주 지진이 발생한 진원지의 동쪽 방면에서 이번 지진보다 더 강력한 지진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 가사하라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도 “지난 12일 5.8 규모의 경주 지진으로 해당 지역의 팽창하던 힘(응력)이 일부분 해소됐다”며 “힘이 풀리는 과정에 있어 앞으로 더 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또 “동일본 대지진 2년 뒤 2013년에 한반도 지진이 예년의 두 배 수준으로 급증했던 것처럼 일본에서 지진이 발생할 경우 1~2년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지난 4월 발생한 구마모토 지진을 염두해 두고 제기된 주장같다”고 부연했다.

지헌철 박사는 이날 ‘한반도 지진학적 환경고 경주 지진의 의미’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앞으로 한반도에선 규모 6.1이나 6.2 정도의 6점대 초반의 지진이 5~10km 깊이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규모 6.5의 피해 반경은 30km에 이를 것”이라며 “만일 이 정도 규모라면 사망자가 200명 정도 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예측은 우리나라 건축물의 대부분이 빌라 등 저층 구조라는 점에서 이유를 찾는다.

같은 규모의 지진이라도 진동의 지속 시간에 따라 피해 정도는 큰 차이가 있다. 보통 주파수가 높으면 지속 시간이 짧아 주로 저층 건물에 피해가 간다. 반면 주파수가 낮으면 같은 파동이라도 지속 시간이 길어져 고층 건물에 큰 피해가 생긴다. 지 센터장은 “한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3~4의 지진을 분석해보니 주로 고주파가 많았고, 이번에 발생한 규모 5 이상의 지진도 마찬가지였다”며 “학교나 빌라 등 1~4층 사이의 저층 건물이 한반도 지진에 더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지 박사는 이와 함께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한반도 응력 패러다임에 변화가 생겼다”며 “양쪽에서 밀던 압축에서 양쪽으로 당기는 식의 인장으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로 한반도도 지진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 됐다는 게 지 박사의 설명이다.

한편, 내년부터 추진될 활성단층 조사·연구와 지도 작성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 박사는 “현 한반도 활성단층을 파악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도시 개발 과정에서 단층의 흔적이 대부분 사라졌다”며 조사 과정의 난항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