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방사능 잊었다…사케, 3년만에 수입 증가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왼쪽부터)코시노칸바이 사이 준마이긴조, 쇼치쿠바이 텐, 송죽매 준마이750

일본 전통주인 사케 수입량이 3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29일 관세청에 따르면 사케 수입량은 올 들어 8월까지 2771톤을 기록했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여파로 수입이 급감한 2015년 같은 기간 대비 7.3% 증가한 수치다. 겨울 사케 성수기가 남아있어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연간 수입량은 4349톤으로 역대 최고치에 육박한다.

사케는 일본식 주점인 '이자카야' 확산과 더불어 국내 주류문화에 빠르게 정착했다. 일본 방사능 우려가 터지기 전까지 매년 수입량이 증가하는 신기록 행진을 벌여왔다. 2000년 103톤에 불과했던 사케 수입량은 2007년 1294톤으로 7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한데 이어 2013년에는 4367톤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2014년 수입 금지된 줄 알았던 후쿠시마산 사케가 국내에 지속적으로 반입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타격을 입었다. 사케 수입량은 2014년 4094톤, 2015년 4053톤으로 내려앉았다.

올 들어 사케 수입이 회복되는 이유는 복합적인데, 일본 사케 업체들이 소비자 기호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일본 대표 프리미엄 사케인 '코시노칸바이'가 올해 45년 만에 신제품을 내놓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줄곧 한 가지 전통주만을 생산하던 고집을 꺾고 디자인과 맛을 변형해 출시한 신제품이 사케 애호가 사이에 화제가 되면서 품절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전통 일식 외에 다른 요리에 접목할 수 있도록 와인용 효모를 사케에 적용한 것이나 '이자카야'와 '가이세키(코스요리)'의 중간 격인 '갓포요리'주점이 인기를 끄는 것, 저가의 사케가 다수 출시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왼쪽부터)코시노칸바이 사이 준마이긴조, 쇼치쿠바이 텐, 송죽매 준마이750

이와 관련, 대형마트에서 비교적 저가인 7000원대에 판매되는 '쇼치쿠바이 텐(500ml)'은 올 들어 8월까지 3432박스(12개들이) 판매돼 전년동기대비 19% 증가했고, 1만원대인 '송죽매 준마이750(750ml)' 역시 6785박스 팔려, 17% 늘었다.

사케 인기는 최근 국내에서 전통방식의 증류소주가 다시 인기를 끄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저도주 열풍에 과일맛 리큐르, 탄산주까지 유행하면서 오히려 도수가 높은 정통 술로 회귀하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점에서 1~2만원 대에 즐길 수 있는 저가 사케가 다수 출시돼 주머니가 가벼운 혼술족에게 인기를 끌면서 수입량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