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舊롯데' 변혁 집도의 된 '新동빈'…"책임지고 고친다"

"제가 책임지고 고치겠습니다. 좀 더 좋은 기업을 만들겠습니다."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구속을 피하며 경영 활로를 되찾은 신동빈 회장이 반세기 역사 롯데그룹의 변혁을 예고했다. 그간의 의혹들을 한꺼풀 벗겨낸 신 회장은 자신이 책임을 지고 롯데의 미흡한 부분을 고치겠다며 집도의를 자처했다.

100일이 넘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일부 구태적 운영행태가 논란이 된 롯데는 '원(one) 리더' 신 회장 주도의 개혁 작업을 통해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 됐다.

◇반세기 롯데 수술대 앞에 선 신동빈…롯데 변혁 주도해야=신 회장은 전날부터 진행된 구속영장 실질심사 결과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법원 판단을 얻었다. 구속 시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 자리를 잃는 등 경영권과 지배력 약화 가능성이 높았던 신 회장은 위기에서 벗어나 한일 롯데 '원 리더' 지위를 수성했다.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는 오히려 신 회장에게 롯데의 과거와 완전히 결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 롯데를 둘러싼 논란은 대부분 신격호 총괄회장 경영 체제 때 이뤄졌던 것"이라며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신 회장이 롯데 변혁의 아이콘이자 주도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내부에서도 신 회장 체제에서 시작된 변화의 흐름이 이어져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한 롯데그룹 유통계열사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에서 신 회장이 임직원들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은 것은 그가 롯데를 변화·성장시키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라며 "신 회장이 중심이 돼 재탄생 수준으로 롯데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명운 걸린 '외과수술', 지배구조 개선 시급해=자칫 경영권 상실까지 이어질 뻔했던 상황은 신 회장에게 '각성'의 계기가 됐다. '롯데는 일본기업'이라는 논란과 일본 롯데 종속화 가능성을 원천차단하고, 경영권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호텔롯데 상장 등 지배구조 개선이 필수적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은 신 회장 의지가 강한 만큼 법률적 요건을 갖춘다면 조속히 재추진할 것"이라며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일본 종속을 차단하는 것을 넘어 그동안 추진했던 한일 롯데 간 사업 시너지 확대를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신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자산으로 LSI(롯데스트레티지인베스트먼트) 지분을 취득해 일본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작업에 나설 것"이라며 "호텔롯데 상장을 재추진하고, 비상장 자회사를 상장하는 등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LSI는 호텔롯데 지분을 보유한 일본 L투자회사들의 모회사 격이다.

신 회장은 또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로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사회공헌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은 이르면 다음 달 지배구조 개선 등 윤리경영과 고용창출, 동반성장 등 사회적책임 경영을 강조한 종합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1750억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9일 새벽 구속 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2016.9.2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룹 재건 수준의 변화 필요…조기 인사 가능성도=검찰 수사로 중단된 주요 사업과 투자를 재개하는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상처 입은 조직을 재건해야 한다는 게 롯데 안팎의 중론이다.

롯데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2인자인 고(故) 이인원 전 정책본부장(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핵심 임원들이 비리 연루 의혹을 받는 등 인적 손실이 많았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조직 안정에 무게를 두면서도 쇄신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인사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필요에 따라서는 12월 정기 임원인사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장기간 이어진 경영권 분쟁과 강도 높은 검찰 수사, 일본 기업 논란 등으로 롯데 내부 상처가 깊이 곪아 있다"며 "그룹 재건 수준의 변화가 필요한 만큼 신 회장이 혁신적인 조직 개편 등 인사 조치를 결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