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남양주캠 문제, 총장 사퇴로 비화… 이사회 "사표 반려"

유기풍 서강대학교 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본관에서 남양주시 제2캠퍼스 건립 무산 관련 입장을 표명하고 사퇴의사를 밝힌 뒤 기자회견장을 나서며 얼굴을 만지고 있다. /사진=뉴스1

서강대 남양주캠퍼스 이전 문제가 총장 사퇴로 비화됐다. 유기풍 총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캠퍼스 이전이 중단된 데 책임을 지고 사퇴할 뜻을 밝히자 법인 이사회는 곧장 사표를 반려하겠다고 맞섰다. 이사회는 또 총장 거취와 관계없이 남양주시와 재협상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기풍 총장은 29일 오후 2시 서강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사회는 목숨을 걸고 단식까지 단행하면서 호소한 학생들의 요청도, 총동문회의 요구도 무시하고 있다"며 "신부님들이 세운 서강대가 신부님 손에 망가져가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알리고 대안을 촉구하기 위해 사퇴한다"고 말했다. 유 총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앞서 서강대 법인 이사회는 남양주캠퍼스 설립을 위해 교육부에 대학위치변경승인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사업을 보류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이에 남양주시는 서강대에 "오는 30일까지 남양주 캠퍼스 이전을 결정하지 않으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최고장을 보냈다.

유 총장은 남양주캠퍼스 이전 무산 위기가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예수회의 독단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양주 캠퍼스 프로젝트는 이미 2013년 7월 이사회가 결정한 사항"이라며 "예수회가 변화와 개혁을 원치 않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유 총장은 또 예수회가 학교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사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예수회원의 이사회 구성 비율을 대폭 줄여야 한다"며 "학교의 명운을 좌우하는 결정을 하고나서도 '잘 몰랐다'라는 이사들은 이사회에서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서강대학교 이사장 박문수 신부가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유기풍 서강대 총장의 남양주시 제2캠퍼스 건립 무산 관련 입장을 표명하고 사퇴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6.9.29/사진=뉴스1

이에 법인 이사회는 유 총장의 사퇴 표명 직후 곧장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말이 서툰 박신재 이사장을 대신해 입을 연 유신재 소통TFT 신부는 "유 총장이 이사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하지도 않고 기자회견을 먼저 연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사직서를 제출하면 이사장은 반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신부는 반려 사유로 "남양주 캠퍼스 신설로 야기된 혼란을 책임있게 소명하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새 총장 선거가 11월까지 치러지는데 이 기간 학교의 화합을 위해서라도 유 총장이 사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이사회는 남양주캠퍼스로 촉발된 학내 혼란의 책임이 유 총장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유 신부는 "현재 캠퍼스 이전을 위한 자금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라며 "총장이 남양주시로부터 구두로 지원을 약속받았다던 500억원은 남양주시 내에서도 지역언론 등을 통해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유 신부는 또 "유기풍 총장이 캠퍼스 이전 계획을 밝히면서 '구성원 합의 없이는 진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며 "최근 남양주캠퍼스에 내려갈 것으로 지목된 학과에서 교수 반발이 심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내부적으로 소통이 좀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주장한 이사회 개편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이사회 구성원 중 예수회원을 3분의 1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또 이사회는 "사업을 보류하는 것이지 중단은 아니다"라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유 신부는 "남양주시 측에 재협상하자는 제안을 보냈으며 29일 저녁 6시에 열리는 교수협의회 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