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유럽 공략 첫발 뗐다"…5년 내 '유니콘' 발굴

이해진 네이버 의장(왼쪽)과 플뢰르 펠르랭 코렐리아 캐피탈 대표.

“유럽에는 많은 기회가 있습니다. 코렐리아 펀드 투자로 유럽 시장에 대한 첫걸음을 떼었다고 생각합니다.”(이해진 네이버 의장)


네이버가 미국과 함께 ‘꿈의 시장’으로 꼽던 유럽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프랑스 전 장관 출신이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만든 펀드의 첫 출자자로 나선 것. 1억 유로(한화 기준 약 1234억원)를 출자한 네이버는 단순한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인적 물적 교류를 통해 프랑스 스타트업에 네이버의 DNA를 심고 유럽 시장 공략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EU 스타트업 발굴에 1억 유로 투자…가능성 찾는다=네이버와 코렐리아캐피탈은 3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K-펀드 1’의 공식 출범과 계획 등을 밝혔다. 전날 네이버와 라인은 각각 이사회를 열고 총 1억 유로를 코렐리아캐피탈의 ‘K-펀드 1’에 출자키로 결정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유럽 현지에 좋은 기술을 가진 많은 기업이 있지만 시장의 투자 여력이 적어 어쩔 수 없이 미국으로 건너간다고 들었다”며 “이런 회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출자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유럽의 유수의 기업들이 미국으로 옮겨가거나 팔리고 있다. 이세돌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 역시 영국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이었지만 구글에 인수됐다.

코렐리아 캐피탈은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디지털경제장관(한국명 김종숙)이 설립한 회사다. 한국계 프랑스인인 펠르랭 대표는 디지털경제부 장관과 문화부 장관 등 프랑스 정부 고위직을 역임했으며 ‘프렌치 테크’로 대표되는 스타트업 육성정책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이 의장은 “유럽시장은 많은 고민을 해왔던 시장”이라며 “이번 결정은 전략적 사업 진출에 대한 고민이 녹아있다”고 밝혔다. 유럽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네이버 글로벌 사업의 성공 디딤돌로 삼겠다는 각오다.

네이버가 참여할 코렐리아 캐피탈은 네이버와 유럽 스타트업간의 가교 역할을 맡는다. 한국과 프랑스에 각각 사무실을 내고 인재들의 교류도 도울 방침이다. 코렐리아 캐피탈은 딥러닝 등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맵핑 등 첨단 분야에 집중 투자하며, 투자기업들은 네이버와 라인과 정보 및 기술 등 협업할 예정이다.

◇언어·문화장벽 높은 유럽…‘정면돌파’ 보다는 ‘협력’=이 의장 발언처럼 이번 투자는 단순히 금전적 수익을 노린 투자가 아니다. ‘꿈의 시장’으로 꼽아온 유럽 공략의 첫 초석인 것. 다만 기존과 다른 공략법이 눈길을 끈다. 그 동안 이 의장은 직접 회사를 세우는 ‘정면돌파’ 형식으로 시장을 공략 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협력’이라는 전략을 택했다. 유럽의 경우 언어 뿐만 아니라 문화 장벽까지 높다는 점을 고려한 전략으로 보인다.

유럽은 IT 기업들에 또 다른 기회의 땅으로 꼽힌다. 북유럽과 서유럽을 중심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인터넷 이용률과 스마트폰 보급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 이를 바탕으로 인터넷 상거래 및 소셜미디어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는 추세다. 그러나 미국 대비 높은 언어, 문화 장벽으로 공략이 힘든 시장 중 하나로도 꼽힌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펠르랭 대표 역시 이 같은 점을 들며 네이버와의 협력의 의미를 강조했다. 펠르룅 대표는 “유럽과 아이사 스타트업들은 서로의 시장을 꿈꾸지만 언어와 문화 장벽으로 쉽지 않다”며 “코렐리아캐티팔은 이런 부분에 역점을 두고 투자를 진행해 5년 내 ‘유니콘’을 발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의장은 이날 글로벌 사업에 대한 포부도 살짝 내비쳤다. 그는 “유럽 시장에 대한 걸 밝히는 자리지만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 미국 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도 말씀드리고 싶다”며 “글로벌 파트너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고 있는 만큼 향후 발표하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