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 교수도 울고 갈 일본의 디플레이션

머니투데이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

/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필립스 곡선이라고 들어 보셨죠? 실업률이 낮아지면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실업이 증가하면 물가가 낮아진다는 이론입니다. 아주 거창한 경제학이기 이전에 매우 상식적인 얘기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세로 축(Y)에 물가상승률을 놓고, 가로 축(X)에 실업률을 놓아 그래프를 그려 보면, 필립스 곡선은 우하향하는 모양을 띨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필립스 곡선은 위에서 보시듯이 우상향하는 정반대 양상입니다. 실업률이 떨어지는데, 물가상승률도 함께 하락하고 있는 것이죠.

30일 일본 총무성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의 실업률은 3.1%를 기록했습니다. 전달보다 0.1%포인트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21년여 만에 최저 수준입니다. 완전고용 상태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일본 실업자 한 명을 놓고 기업들이 1.37대1의 구인경쟁을 펼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0.5% 하락했습니다. 마이너스 물가상승률, 디플레이션 상태가 6개월 연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업률이 21년여 만에 최저 수준인데도 말이죠. 그래서 일본의 필립스 곡선은 이론과는 정반대로 오른쪽 높은 곳에서 왼쪽 낮은 곳으로 이동해 왔습니다. 정말 뿌리 깊은 디플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위 그래프에서 보이듯이 그나마 잠시 물가가 뛰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소비세를 인상한 결과였죠. 하지만 잠시뿐이었습니다. 1년간은 1년 전 물가에 비해 높은 상승률을 나타내는 통계효과가 사라지자 필립스 곡선은 빠른 속도로 좌하향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매년 소비세를 올릴 수도 없고, 현재로서는 백약이 무효입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6년 9월 30일 (13:3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