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시도 도밍고 "사람이 로봇이 되지 않는 한 오페라는 영원할 것"

'20세기 최고의 테너'로 꼽히는 플라시도 도밍고는 다음달 2일 한국의 젊은 성악가들과 함께 내한공연을 연다. /사진제공=PRM

"오페라는 인간의 본성이 유지되는 한, 사람이 로봇이 되거나 감정이 없는 기계인간으로 바뀌지 않는 한 영원할 것입니다. 우리가 느끼는 낭만이나 고통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오페라의 세계는 없어지지 않을 거예요.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죠."

75세 노장의 오페라를 향한 사랑과 열정은 여전히 빛났다. '20세기 최고의 테너'로 꼽히는 플라시도 도밍고는 클래식 시장이 위축되는 분위기에도 "오페라는 불멸(immortal)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인간의 감정을 가장 농밀하게 담아낸 장르란 설명이다.


다음 달 2일 내한공연을 여는 도밍고는 30일 서울 광진구 W호텔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또다시 한국을 찾게 되서 기쁘다"며 "재능있는 한국의 젊은 성악가와 함께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테너와 바리톤 영역을 넘나드는 도밍고는 클래식 뿐만 아니라 크로스오버, 뮤지컬 등 장르를 오가며 지난 50여 년간 전 세계 음악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번 공연에는 테너 김건우와 문세훈, 소프라노 강혜명과 박혜상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올해 '도밍고 콩쿠르'에서 우승한 테너 김건우는 2일 도밍고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사진=PRM

김건우는 일명 '도밍고 콩쿠르'라고 부르는 '오페라리아 더 월드 오페라 콩쿠르'에서 올해 우승했다. 문세훈은 결승 무대까지 진출했으며 박혜상은 지난해 2위에 입상해 도밍고와 연을 맺었다. 강혜명은 특별 게스트로 무대에 오른다. 이들은 "마에스트로와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이 가장 큰 영광"이라고 입을 모았다.


도밍고는 "활동 초반부터 젊은 성악가들과 무대에 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며 "특히 '오페라리아' 콩쿠르를 통해 재능있는 젊은 성악가들을 발굴하고 전 세계 무대에 선보이는 것에 큰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1993년 시작된) '오페라리아' 콩쿠르에서 현재까지 수상한 한국인 성악가들이 10명 가까이 될 정도로 오페라나 클래식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밍고는 이번 공연에서 성악가이자 지휘가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1부에선 이탈리아 오페라 아리아의 정수를 만난다. 먼저 베르디 '가면무도회'의 '그대는 내 명예를 더럽혔도다'로 공연의 막을 올린다. 이어 김건우와 함께 오페라 '진주조개잡이' 이중창, 문세훈과 베르디의 '돈 카를로' 아리아, 박혜상과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아리아를 선보인다.

2부에서는 지휘자로 변신해 문세훈, 강혜명, 김건우 등 후배 성악가를 이끈다. 또 '베사메무쵸',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의 수록곡 등 대중적인 음악과 우리 가곡 '그리운 금강산' 등 친숙한 음악도 들려줄 예정이다.

도밍고는 "한국의 노래는 무척 아름다워 계속 배우고 싶다"며 "한국의 노래만으로 수록된 앨범을 제작하는 데 관심이 있고 추진 중이다"라고 전했다. 또 "한국의 클래식 시장은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데 그 속도가 놀라울 따름"이라며 "사람들이 문화를 향유하는 모습이 놀랍다"고 말했다.

1991년 처음 내한한 그는 지금까지 5번의 내한공연을 연 바 있다. 그는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몰라 언제까지 활동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직은) 건강상태가 좋아 다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며 "한국 관객은 특히 반응이 너무 좋다. 대중의 사랑 없이 (오페라 공연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