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하이투자증권 매각 작업 난항...잠정중단할까

현대중공업 (125,300원 ▲6,000 +5.03%)이 자구안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하이투자증권 매각 작업이 답보 상태다. 그간 경영합리화를 통해 흑자전환하며 '급한 불'을 끈 만큼, 헐값에 서둘러 매각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부터 진행해온 하이투자증권 매각을 위해 LIG투자증권 등 인수의향업체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가격 측면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난항에 빠졌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6월 3조5100억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경영개선계획을 발표하며 주채권은행 KEB하나은행에 제출한 자구안에 하이투자증권 매각 방안을 포함시켰다. 이후 EY한영회계법인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하고 잠재적 인수 후보자들에게 티저레터를 발송한 뒤 접촉해왔다.

현대중공업은 자구계획안에서 "하이투자증권 매각을 통해 6000억~7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재무구조를 안정시키겠다"는 내용을 밝혔다. 하이투자증권 매각 대금이 계획대로 유입될 경우, 전체 자구계획안 중 20% 가량에 달하는 높은 비중이다.

하지만 매물로 나온 하이투자증권에 관심을 갖는 업체가 드물었다. 유일하게 인수 의향을 보인 LIG투자증권은 4000억~5000억원대의 가격에 매입하길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은 2008년 하이투자증권의 모태인 CJ투자증권 인수자금으로 7050억원을 투입했으며, 이후 유상증자로 4000억원 가량을 추가 투자하는 등 총 1조1000억원 이상을 들였다. 현대중공업이 희망하는 가격대로 매각하더라도 최소 4000억원 이상 손해 보는 구조다.

더욱이 최근 증권업계가 미래에셋-대우증권, KB금융지주-현대증권 등 M&A를 통한 '덩치 싸움'에 돌입하며 중견 규모의 하이투자증권 매력이 떨어지는 것. 하이투자증권의 일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투자에 따른 우발채무 예상도 인수 의향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실적 개선도 하이투자증권 매각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8824억원을 거둬 조선 빅3 중 유일하게 흑자를 냈다. 현대오일뱅크의 선방과 함께 본업인 조선·해양·플랜트 부문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으로 희망퇴직 위로금 2600억원을 반영했음에도 불구, 흑자를 시현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3분기에도 1000억원 이상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급한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난만큼, 하이투자증권을 헐값에 급하게 매각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투자증권 매각이 자구안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맞지만, 매각을 통한 자금 유입이 예상치보다 하회할 경우 기존에 세웠던 연내 매각 방침을 고집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경영개선계획에 따라 주간사를 선정한 뒤 매각을 위한 절차를 진행중"이라며 "아직 매각 방침에는 변화 없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현대삼호중공업 지분 94.92%를 보유하고, 현대삼호중공업은 현대미포조선 (73,100원 ▼100 -0.14%) 지분 42.34%를 보유중이다. 하이투자증권은 하이투자증권 자회사로, 현대미포조선의 하이투자증권 지분율은 85.3%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