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합의…美 셰일가스 되레 살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8년 만에 처음으로 감산에 합의한 가운데 이같은 조치가 되레 미국 셰일가스 업계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9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OPEC의 감산 합의가 국제 유가를 띄우는 역할을 하겠지만 동시에 미국과 캐나다 셰일가스 업계의 시추 확대를 촉발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왔다.

애초에 OPEC이 수입 감소에도 불구하고 저유가 출혈 경쟁을 했던 게 생산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싼 셰일가스 업계를 내몰려던 목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헛수고를 한 셈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fAML)와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OPEC 회원국들이 오는 11월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공식 총회에서 감산에 최종 합의한다면 국제 유가가 올라 셰일가스 업계가 다시 생산에 뛰어들 수 있다.

국제 유가는 올초 저점에서 약 80% 뛰었는데 최근 생산을 재개한 셰일가스 업체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BofAML 애널리스트들은 기술 개발로 생산비용을 낮춘 셰일가스 업체들이 미국 셰일가스 최대 매장지인 텍사스주 퍼미안 분지 등에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고 했다.


존 킬도프 어게인캐피탈 파트너는 "유가가 배럴당 45달러로 오르면서 셰일가스 업체들이 되돌아오기 시작했는데, 이들이 생산을 늘리기 시작하면서 (공급 감소에 따른) 유가 반등세가 멈출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리비아와 나이지리아뿐 아니라 카자흐스탄까지 원유 생산을 재개할 경우 유가 상승폭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찍어야 셰일가스 업체들이 생산을 재개할 것이고, 큰폭의 생산량 증가는 유가가 60달러선은 회복해야 가능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국제 유가는 감산 합의가 나온 전날 5% 넘게 뛰었고 이날도 1% 정도 올랐다. 현재 전자거래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48달러를 기록중이다.

씨티그룹은 한동안 국제 유가가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와 같이 OPEC 회원국들이 산유량을 줄인다고 해서 유가가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원유에 대한 수요 자체가 늘어나야 중기적으로 유가가 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골드만삭스 역시 전날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WTI 전망치를 올해말 배럴당 43달러, 내년 배럴당 53달러로 기존 수준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골드만은 "이번 감산 합의가 강한 강제력을 지녀 유가를 지지한다면 중기적으로 전 세계적인 시추 확대가 발생해 자멸적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감산량 만큼 다른 곳에서 공급이 늘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