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석유화학, ‘고부가화·설비감축’ 앞세워 경쟁력 강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하는 차세대 고로 개발이 추진된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철강 후판, 강관 등은 과감한 인수·합병(M&A)과 설비감축을 유도한다. 석유화학산업은 충남 대산에 ‘첨단화학특화산업단지’를 구축해 집적화, 대형화로 경쟁력 강화를 도모한다.


정부는 30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5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철강·석유화학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방안은 정부가 두 산업의 중장기 발전방향을 명확히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부와 민간이 함께 실천해야 하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일호 부총리는 “철강·석유화학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은 앞으로 5~10년을 내다보며 해당 산업의 나아가야 할 밑그림 하에 민·관이 협력해 함께 추진해야 할 중장기 비전과 대책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쟁 열위·공급과잉 품목 사업재편 지원 △경쟁우위 품목 고부가화 △설비 경쟁력 강화 △고부가 철강재 및 경량소재 조기 개발 △신수출시장 개척 및 부적합 철강재 유통 방지 5대 핵심 전략을 세웠다.


핵심은 설비 경쟁력 강화와 설비 감축이다. 국제적 온실가스 감축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부터 민관합동 1500억원을 투자해 '수소환원제철공법' 개발에 착수한다.

고로에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기술인데 상용화에 성공하면 국내 철강산업은 일본에 이어 세계 2번째로 수소 고로를 보유하게 된다. 원가경쟁력은 물론 수소 고로 설비 수출도 가능해 기대를 모은다. 기존 고로를 수소 고로를 개선하는데 필요한 5000억~6000억원으로 10기만 수출해도 최대 6조원에 달한다.

공급과잉 등으로 수요가 침체한 품목은 자발적인 설비 감축을 유도한다. 조선업 침체로 수요회복이 늦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후판은 설비 감축·매각, 사업 분할 등 업계 스스로 감축방안을 마련해 적정수준으로 조정한다. 북미 에너지개발 수요 위축으로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강관은 기업활력제고법을 통해 우수설비, 숙련인력 인수를 유도할 방침이다.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판재류는 기존 업체간 인수합병(M&A)와 신규투자를 통해 경량소재 등 미래먹거리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지원할 계획이다.

석유화학산업은 집적화, 대형화를 중심으로 경쟁력 강화를 유도한다. 현재는 저유가 기조로 원가경쟁력이 강화돼 이익을 내고 있지만, 앞으로 고유가 상황이 올 경우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때문이다.

우선 영세하고 지역적으로 산재한 정밀화학 사업을 고부가 특화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규모의 대형화와 지역적 집적화를 추진한다. 현재 대기업이 입주해 있고, 일반산단이 조성돼 있는 대산 지역을 ‘첨단화학 특화산업단지’로 조성하기로 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특화단지는 대덕 인근에 위치할 '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와 연계를 중장기적으로 ‘케미컬밸리’(Chemical Valley)로 확대된다.

여기에 고부가·고기능 소재, 첨단정밀화학 육성을 위해 R&D 활성화도 추진한다. 집중적인 R&D 투자와 민간 R&D 지원을 통해 현재 2% 수준인 R&D 비중을 2025년까지 선진국 수준인 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일부 공급과잉 품목에 대해서는 자발적 설비 감축이 유도된다. 테레프탈산(TPA), 폴리스티렌 등은 공급과잉으로 인해 단기간 내 설비 조정을 유도한다.

이번 철강·석유화학 경쟁력 강화방안으로 두 산업계의 구조조정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경쟁력 강화방안을 그리는 과정에서 업계와 밀접한 의견조율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그동안 물밑에서 이뤄지던 사업재편 작업이 급물살을 이룰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업계에서는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한화 (26,100원 ▼150 -0.57%)그룹과 태광 (11,980원 ▼20 -0.17%)그룹간 ‘빅딜’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도경환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 실장은 “협회 컨설팅 보고서는 업계 참여하에 수많은 컨센서스에 따라 만든 것”이라며 “(경쟁력 강화 방안에) 업계 움직임도 고려해서 담긴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