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행군' 끝낸 현대로템 철도, 올해 국내외서 '폭풍 수주'

현대로템 철도부문 실적 현황. /자료=현대로템

지난해 해외 수주가 끊기며 사상 최악의 시련을 겪은 현대로템 (41,150원 ▲250 +0.61%) 철도사업이 올해 국내외 광폭 수주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달 30일 튀니지 철도청으로부터 2033억원 규모의 교외선 저상형 전동차 112량 사업 낙찰 통지서를 수령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5300억원 규모의 필리핀 마닐라 전동차 턴키 사업 수주를 시작으로 이번 튀니지 전동차까지, 올해 현대로템 철도부문 누적 수주액은 총 2조8216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현대로템 철도사업 실적은 2012년 역대 최고 수주 실적인 2조5431억원을 정점으로 줄곧 곤두박질 쳤다. 글로벌 경기침체 심화와 함께 세계시장에서 저가 공세로 맹공한 중국업체에 밀린 탓이다.

지난해 기록한 1928억원의 영업적자 대부분은 철도부문(1894억원)에서 발생했다. 철도부문 신규 수주는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로부터도 외면 받았고, 수주 실적은 2012년의 22.7% 수준인 5774억원에 불과했다. 그 중 해외 수주는 일부 유지보수 부문에서 발생한 386억원이 전부였으며 전동차 신규 수주는 전무했다.

이에 지난해 11월 경영진과 노조가 모여 경남 창원공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의 급격한 수주 감소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 차원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10년만에 희망퇴직도 진행했다.


현대로템은 올해 들어 지속된 부진을 털기 위해 전사적으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 지난 2월 열린 임원회의에서는 국내외 사업기반 강화, 해외 신규시장 확대, 성장동력 확보 등 체질개선을 위한 중점추진 과제를 발표하며 구체적인 행동 계획안을 수립해 시행하기 시작했다.

우선 매출을 올리기 위한 무분별한 수주를 지양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채택해 수익성 위주 선별 수주에 나섰다. 이를 위해 경영혁신위원회를 신설해 프로젝트별 사전 수익성을 점검하고, 리스크 요인에 대한 대응을 시작했다.

현대로템은 서울 양재동에 있던 서울사무소를 올해부터 경기 의왕연구소로 옮겨 사업장을 통합했다. 영업, 구매, 연구소 지원조직간 유기적 협업을 통해 사업진행 의사 결정을 신속화하고 시행청이나 고객 요구사항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동남아, 터키 등 기존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시장에서는 영향력을 더 강화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튀니지 교외선 전동차, 4월 수주한 터키 이스탄불 전동차, 5월 수주한 말레이시아 전동차는 과거 납품한 차량에 대한 지속적 품질관리 경험을 높이 평가 받은 덕분에 나온 성과다.

그 결과는 사상 최대 철도 수주 실적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3조2790억원까지 줄어든 철도 수주잔고는 올해 6월말 기준 4조192억원까지 늘었다. 지난 8월 수주한 1조1000억원 규모 호주 시드니 이층 전동차와 지난달 수주한 2033억원 규모 튀니지 교외선 전동차 실적이 집계되면, 사상 최초로 5조원 넘는 수주잔고를 보유하게 된다.

3분기말에 이미 역대 최고 연간 수주액을 달성한 현대로템 철도사업은 4분기에 수주하는대로 신기록 경신이다. 주요 기대 프로젝트로는 10~11월 중 프랑스 알스톰과 경합해 결정되는 1조원 규모의 이집트 카이로 3호선 사업이 남았다. 이 밖에도 소소한 유지보수 계약이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기존에 각국, 각 프로젝트별로 세분화된 해외영업 1~3팀을 아시아태평양·유럽아프리카중동 등 2개 조직으로 슬림화했다며 "통합 영업전략 수립을 통한 일관된 소통으로 해외 시행청에 보다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로템은 국내 사업 기반 또한 강화하기 위해 고객 소통을 강화했다. 지난 6월 수주한 경전선 투입 국내 최초 동력분산식 고속철을 수주가 그 성과다. 동력분산식 고속철은 세계 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방식으로, 국내 수주 실적을 확보하게 된 현대로템은 사상 첫 고속철 해외수출까지 바라보고 있다.

현대로템은 향후에도 지속적 품질 혁신 활동으로 국내외 수주전에 제기되는 품질 이슈를 선제적으로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완성차량 사전 품질 검증 활동도 별도로 실시해 신규 사업 수주의 원동력이 되는 우수한 품질 확보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