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백남기 투쟁본부, 몸싸움 끝에 종로서 헌화

1일 저녁 7시30분쯤 서울 종로구 종로구청입구 사거리로부터 약 30m 떨어진 곳에서 민주노총·백남기 투쟁본부가 고(故) 백남기씨를 추모하는 헌화식을 가졌다./ 사진=윤준호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노동개혁 5대 법안(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파견법·기간제법)에 반대하고 고(故) 백남기씨를 추모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시위는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다소 과격한 양상을 띄었지만 백씨를 추모하는 헌화식과 추모제를 끝으로 큰 충돌 없이 종료했다.

민주노총 공공부문과 백남기 투쟁본부는 1일 오후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서 범국민·추모대회를 개최했다.

집회에는 민주노총 조합원과 백남기 투쟁본부 관계자 등 1만5000명(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 7000명)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오후 3시 '노동개악·성과퇴출제 폐기 범국민대회'에 이어 오후 4시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를 열었다.

사회를 맡은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오늘 범국민대회는 노동자들의 총파업투쟁일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의 지지를 확인하고 공유하는 대회"라고 집회 취지를 설명했다.


아울러 "범국민대회 직후 국가폭력에 의해 숨진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고 다음달 12일이 예정된 '2016년 민중총궐기'를 결의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백남기 투쟁본부는 이날 △노동개악·성과퇴출제 폐기 △민영화 저지·사회공공성 강화 △보건의료인력법 제정 △차등성과급·교원평가제 폐지 △공무원법 개악저지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특검 실시·책임자 처벌 △살인 정권 규탄 △세월호특별법 개정·특검 도입 등 8가지를 주요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백남기씨 작은딸 백민주화씨는 추모사에서 "긴 시간 고통받던 아버지가 떠났다. 자식으로서 못 해드린 게 많아 죄송할 뿐"이라며 "왜 부검에 동의하지 않냐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떤 자식이 아버지 시신을 수술대에 올려 정치적으로 휘둘리게 하고 싶겠는가"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집회가 끝나는 오후 5시부터 종로5가→종로1가→청계천 모전교에 이르는 3.5km 구간을 행진했다. 이로써 공식적인 집회는 오후 6시30분 끝났다.

하지만 수천명의 시위대가 종로1가 사거리에서 경찰 벽과 대치했다. 남은 참가자 3000여명은 백남기씨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던 종로구청입구 사거리까지 길을 터 달라며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종로1가 사거리에서 집회 참가자들을 막아섰던 경찰 벽은 10여분간 대치 끝에 시위대에 밀려 저지선이 무너졌다. 참가자들은 종로구청입구 사거리 30여m 앞까지 행진했고 또다시 1시간에 걸쳐 경찰과 대치했다.

긴 대치 끝에 주최 측은 이날 저녁 7시40분쯤 "시위를 접고 추모 헌화식을 끝으로 오늘 집회를 마치겠다"며 자체 해산했다.

일부 시위대가 공식 집회 이후 과격한 양상을 보였지만 경찰과 한 차례 몸싸움 이후 별다른 충돌 없이 집회를 마쳤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날 96개 중대 경력 7680명을 투입했다.

1일 저녁 7시쯤 종로구청입구 사거리 부근에서 경찰과 대치 중인 집회 참가자들./ 사진=윤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