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대' 경찰 금품수수 내부 신고…올해 딱 '10건'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9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릴 예정이던 2016 경찰청 국정감사가 유재중 위원장 및 새누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개의되지 못한 채 자리가 텅 비어 있다. 2016.9.2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김영란법이 28일 시행되며 전 공공기관에 '부패방지'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경찰의 내부비리 신고는 유독 저조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중 경찰청에서 운영하는 '내부공익신고센터'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5년간 내부공익신고센터에 접수된 경찰의 비리 신고는 총 100건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건이 접수되더라도 대부분 경징계에 끝나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내부공익센터의 성격상 신고가 저조하다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유명무실 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경찰청 내부공익신고센터를 집중 해부했다.

◇'부패방지' 위해 최초 도입…신고는 '글쎄'

경찰청 내부공익신고센터는 지난 2003년 대대적으로 출범했다. 김영란법의 모태가 되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이 2001년 통과되면서 경찰이 스스로 부패 신고를 받겠다며 나선 것이다. 당시 행정기관 중 자체 부패 신고센터를 만든 곳은 경찰청이 최초였다.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여러 우려는 있었다. 당시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자체 신고를 받으면 신원이 알려질 것이 뻔하다"며 신고를 꺼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보여주기 행정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로 이는 저조한 신고로 이어졌다. 2009년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내부공익신고센터 접수현황에 따르면 Δ2005년 14건 Δ2006년 11건 Δ2007년 7건 Δ2008년 9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가 저조하자 경찰청은 새로운 방안을 강구했다. 신분 노출 우려를 줄이기 위해 내부공익신고 시스템을 2012년경 외부기관에 위탁 운영을 맡긴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신고자의 여러 우려를 막기 위해 외부기관에서 신고를 접수하고 익명이 유지된 상태에서 사건 처리는 센터에서 하는 것으로 개편했다"며 "외부기관은 신고접수 전문기관이며 당시 입찰을 통해 선정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경찰청 관계자는 "당시 신고를 했을 경우 포상도 대폭 확대했다"며 "기존에는 신고한 이후 피신고자가 해임·파면 됐을 경우 포상을 했지만, 강등 정도가 되도 포상을 받도록 했다"라고 덧붙였다.

당시 바뀐 시스템은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기본적으로 신고는 경찰청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으며 신고양식을 작성할 때는 외부기관이 운영하는 사이트로 넘어가게 된다. 신고내역을 접수한 외부기관은 익명처리를 통해 신고 내용만 센터에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센터는 조사에 착수해 부패 위반 여부를 따지게 된다.

문제는 시스템 개편 이후에도 신고자는 여전히 저조하다는 사실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2012년 이후 내부공익신고 및 처리현황' 분석에 따르면 경찰의 내부공익신고는 지난 5년간 단 '96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보면 Δ2012년 29건 Δ2013년 30건 Δ2014년 10건 Δ2015년 17건 등으로 점점 감소하다가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 신고는 현재까지 10건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시스템을 개편했음에도 이렇게 신고가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의원은 "신고를 해도 처리결과가 매우 부실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총 96건의 내부공익신고에 따른 처리결과를 분석해보면 중징계라 할 수 있는 처리는 배제 1건, 정직 2건, 감봉 6건, 견책 3건에 불과했으며 '경징계'인 경고 이하가 26건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특히 전체 신고건수의 60%를 차지하는 58건이 인사조치, 내사종결, 불문 등으로 나타나 신고를 해봤자 별다른 조치없이 넘어가고 있다"며 "잘못된 처리 방식이 내부 신고를 주저하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경찰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내부공익신고센터는 금품수수를 중심으로 신고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신고가 저조하다는 것은 그만큼 경찰의 금품수수 건수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며 "신고 건수가 더 많은 게 오히려 지적받을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무엇보다 일선 직원들이 부패에 대해서 인지하는 게 쉽진 않고, 신고를 해도 '순찰차에서 잠을 잔다' 정도의 미비한 것이기 때문에 처분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신고가 들어오면 철저하게 조사를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해명에도 신고센터에 대한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일선 경찰관들이 관심을 기울일 만큼 '홍보'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 일선 경찰서의 청문실 관계자는 "감찰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일 경우 신고센터는 당연히 알고 어떻게 운영되는지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새로 들어온 경찰들이나 현장에서 뛰는 젊은 경찰들은 잘 모를 수 있다. 신고정신은 아무래도 젊은 경찰들에게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현장 경찰관들에게 접근성이 좋도록 어플리케이션 (앱)을 만드는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며 "금품수수 외에도 불합리한 점이나 여러 고충을 받을 수 있게 신고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29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유재중 위원장 및 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감사가 시작되지 못하자 국감장을 나서며 간부들과 대화하고 있다. 2016.9.2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경찰 비리, 신고센터는 '잠잠' 국감은 '떠들썩'

비리신고센터를 향한 신고는 잠잠하지만 정작 이번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경찰의 비리에 대한 각종 신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3~2015년 사건수사비 부적정 사용 적발현황'에 따르면 부정사용 건수가 총 6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사건수사비를 수사활동과 무관한 사적용도로 쓴 부정사용은 192건(849명), 중복수령·사용증빙 미흡 등 절차위반은 401건(1629명) 등으로 조사됐다. 2013~2015년 경찰이 환수한 사건수사비 부정사용액은 총 3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의 특수활동비는 정보예산과 사건수사비로 나눠지는데 정보예산은 국정원의 통제를 받는 예산이며, 사건수사비는 수사에 쓰이는 일반예산이다.

백 의원은 "3년간 600건이면 매년 200여건의 사건수사비 부정사용이 일어난 셈이며 그만큼 도덕적해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사건수사비는 공개가 되는 특수활동비지만 정보예산의 경우 공개가 되지 않아 상황이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또 이재정 의원이 분석한 경찰청의 '계급강등제 도입 이후 현재까지 현황'에 따르면 2010년 7월 계급강등제 도입 이후 현재까지 계급강등처분을 받은 경찰관이 20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급강등제는 국가공무원법 제79조와 제80조에 따라 각종 비위를 저지른 공무원에 대해 '정직'보다는 높고 '해임'보다는 낮은 '강등' 조치를 취하는 제도를 말한다.

강등처분을 받은 사유를 분석한 결과 음주운전이 107건으로 52%를 차지했으며 Δ불건전이성교제(19건) Δ금품수수(11건) Δ도박(8건) Δ향응수수(7건) 순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경찰조직에 있어 강등처분은 매우 중한 처분이지만 많은 경찰공무원이 이에 굴하지 않고 계속된 비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내부신고자를 보호하고 철저한 조사 및 징계를 통한 내부공익신고 활성화만이 청렴한 경찰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