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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완 “과학도 문화도 ‘인간’으로 수렴” VS 조윤선 “과학의 작은 퍼즐로 엄청난 문학적 성과 기대”

본지 주최 ‘제1회 과학문학공모전’ 시상식…조윤선 문체부장관 VS 김창완 대담

문화를 일구는 사람들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입력 : 2016.10.08 03:10|조회 : 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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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가 주최한 '제1회 과학문학공모전' 시상식에 조윤선 문화체육부 장관(왼쪽)과 가수 김창완이 제1섹션 '토크콘서트'의 대담자와 사회자로 각각 나서 얘기를 주고 받고 있다. 이날 대담은 대본없이 즉석에서 이뤄졌다. /사진=이기범기자<br />
머니투데이가 주최한 '제1회 과학문학공모전' 시상식에 조윤선 문화체육부 장관(왼쪽)과 가수 김창완이 제1섹션 '토크콘서트'의 대담자와 사회자로 각각 나서 얘기를 주고 받고 있다. 이날 대담은 대본없이 즉석에서 이뤄졌다. /사진=이기범기자

가수 김창완이 대본에 없는 내용을 즉석에서 물었다. “첫 예술적 경험을 어떻게 했나요?”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한 5초간 기억을 더듬더니, “초등학교 입학 전 어머니가 전축에서 클래식 음악을 틀어준 게 시작”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때 어머니께 여쭤봤어요. ‘저게 사람이 부르는거야, 기계가 부르는거야’라고. 그전까지 제가 이해한 ‘예술’은 동네 피아노 선생님이 교습소에서 바이엘을 연주하는 것이 전부였거든요.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처음 이해한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김창완은 이 말에 “나와 180도 달랐다”며 크게 웃었다. “조 장관님은 그런 엄청난 질문을 하셨지만, 저는 궤짝 같은 라디오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식구 모르게 살살 기어갔어요. 혹시 말하는 사람이 도망갈까 봐요. 뒤에 가서 싹 보니, 무슨 시커먼 먼지만 잔뜩 있고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이렇게 감수성의 차이가 있군요. 하하.”

조윤선 장관. /사진=이기범기자<br />
조윤선 장관. /사진=이기범기자
6일 서울 광화문 KT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머니투데이가 언론사 최초로 시도한 ‘제1회 과학문학공모전’ 시상식에 조윤선 문체부 장관과 가수 김창완이 토크 콘서트 대담자와 사회자로 각각 나섰다. 사회자 겸 대담자로 나선 김창완은 주최 측이 준비한 대본을 아예 접고 즉석에서 ‘예상치 못한’ 질문을 잇달아 던졌다.

김창완의 어떤 질문에도 조 장관은 막힘없이 답변했다.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까지 세세히 들춰내거나 아는 지식을 논리정연하게 전달하는 식으로 김창완의 ‘도발’에 대응했다.

김창완과 조 장관은 ‘각본 없는 드라마’에서 한 수씩 주고받으며 과학과 예술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철학을 드러냈고, 김창완은 대담 도중 현재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과학소설(SF) 작가 가운데 한 명인 배명훈 작가를 느닷없이 객석 ‘조연’으로 등장시켜 분위기를 긴장감 있게 이끌었다.

-김창완(이하 김)=어머니가 약사이셨다면서요? 과학을 어릴 때부터 접하셨겠어요.

▶조윤선 장관(이하 조 장관)=“초등학교 때, 집에 비커를 놓고 소금과 설탕의 용해도에 대해 어머니한테 설명을 들은 기억이 생생해요. 소금은 물 온도가 높아져도 녹는 차이가 별로 안 나는데, 설탕은 온도가 높아질수록 녹는 양이 많아진다고. 녹지 않으면서 막이 만들어지는 붕산도 예로 들었죠. 그렇게 과학을 생활 속에서 가깝게 보고 자랐던 것 같아요.”

-김=‘미술관에서 오페라를 만나다’라는 장관님의 책을 읽어본 적이 있어요. 인용 한번 하지 않고 본인의 체험으로 녹여낸 거라면서요? 꽤 인상이 깊었어요. 어릴 때 어머니가 보여주신 과학의 세계가 나중에 예술을 바라보는 촉감을 발달시켰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과학의 눈으로 예술을 보면 진정한 감동 같은 것들을 접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돼요. 그런데 요즘은 너무 과학은 과학 이런 식의 규정이 많은 것 같아요.

▶조 장관=“노벨상 받은 걸출한 과학자들은 대부분 음악에 재능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릴 때 과학영재는 음악영재인 경우도 많은데, 학년이 높아질수록 과학에 집중하면 예능은 줄이는 게 현실이잖아요. 두 가지 모두 ‘윈윈’하는 효과가 반감되는 교육이 아쉽죠.”

사회자와 대담자로 나선 김창완은 조윤선 장관에게 '과학과 문화가 인간으로 결국 수렴되는 것 같다'고 하자, 조 장관은 "과학과 예술은 '인간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척도를 가늠한다는 점에서 같은 궤도를 그리고 있다"며 맞장구를 쳤다. /사진=이기범기자<br />
사회자와 대담자로 나선 김창완은 조윤선 장관에게 '과학과 문화가 인간으로 결국 수렴되는 것 같다'고 하자, 조 장관은 "과학과 예술은 '인간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척도를 가늠한다는 점에서 같은 궤도를 그리고 있다"며 맞장구를 쳤다. /사진=이기범기자

-김=이번 지진으로 첨성대의 내진 설계에 대한 과학적 면모도 발견했는데, 그걸 보면 역사 속에도 과학이 숨어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로봇이 밀려오면 직업을 뺏길 걸 공포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파라다이스를 꿈꾸는 낙관론도 있지 않을까요.

▶조 장관=“인공지능이 어느 수준까지 와 있는 현실이잖아요. 상상하기 어렵지만, 이성과 지능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어도 인간의 감성이나 지혜, 가치판단은 점점 더 인간 고유의 영역이 되지 않을까요? 그런 면에서 문화와 예술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가치인 것 같아요. 감성이나 예술적 창의성은 인간이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죠.”

-김=과학은 아는 게 없고, 문화라는 어마어마한 세계도 알 수 없어 부엌에서 커피 마시다 문득 자문해봤어요. 뭐가 문화야? 사람이 문화지. 과학은? 사람이 과학이지. 과학의 끝은 우리가 상상하는 로봇 세계가 아니라 그때도 인류가 과학의 정점에 서 있을 것 같다는 아련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과학 끝에 인간이 있는 셈이죠. 어떤 과학책을 읽다 이런 구절을 본 적이 있어요. 사람이 우주를 보아서 우주가 생겼다는 구절이에요. ‘우주동물’이라는 관점도 있는데, 어쨌든 앞으로 미래도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미래가 아닐까요.

▶조 장관=“아주 철학적인 부분을 말씀해 주셨어요. 대학 때 과학사 수업을 듣는데, 그런 내용이 기억나요. ‘과학사가 특별한 학문 같지만, 지금까지 배운 세계사는 과학사와 예술사의 합이다. 이 두 가지의 합이 우리 역사였다.’ 과학과 예술은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순수 예술은 순수 과학과 같은 역할을 하죠. 우리 인간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또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 가늠하고 넓혀 갈 수 있는 척도가 순수예술과 순수과학이니까요. 그런 골격을 이 두 순수 예술과 과학이 쌓았다면, 응용과학과 응용예술은 건물에 마감하는 식으로 인간에게 소용되고 필요한 것을 구축하는 셈이에요. 그래서 과학과 문화가 인간으로 수렴된다는 선생님의 얘기에 동감해요.”

가수 겸 연기자 김창완. /사진=이기범기자<br />
가수 겸 연기자 김창완. /사진=이기범기자
김창완은 이 얘기까지 듣고 관객으로 온, 국내 SF 계에서 가장 ‘핫’한 배명훈 작가를 호명한 뒤 인공지능의 미래 세상은 ‘어떤 색’인지 물었다. 배 작가는 “나는 굉장히 밝게 쓰는 편”이라며 “어둡게 쓰는 작가들도 꽤 있다”고 했다. 그러더니 “‘알파고’ 붐을 통해 SF가 이제 어색하게 수용되는 장르는 아니라는 걸 체감했다”며 “서울에 UFO가 뜨는 얘기를 소재로 써도 이제 아무렇지 않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했다.

조 장관도 옆에서 거들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도 광해군일기에 UFO(미확인 비행물체)를 봤다는 한 줄의 기록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잖아요. 아주 작은 과학의 퍼즐이 이렇게 어마어마한 감성을 자극하는 문학으로 발전한 건 대단한 성과 아닌가요?”

조 장관은 이어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배 작가가 어떻게 SF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물었다. 배 작가는 “국제정치학은 소설 쓰기 좋은 소재이고 그중 전쟁 분야는 더 그렇다”며 “SF는 세계에 관한 이야기여서 관계의 역학을 조명하기 좋다”고 설명했다.

김창완은 마포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흑석동과 반포 정도에 머물렀다며 반경 20km 못 벗어난 채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물었다. “이젠 1일권으로 모두 ‘지구인’이 된 것 같아요. 곧 나아가 ‘태양계인’이 된다고 하고, 더 나아가 ‘갤럭시 인간’이 될 텐데, 지금 어느 단계까지 왔다고 생각하나요?”

배 작가는 “화성에 사람을 살게 하려고 노력하는 단계인 것 같다”며 “지원자가 굉장히 많았던 걸로 안다”고 했다. “말씀하신 것처럼 서울에서 태어나면 서울에서만 사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젠 한국인인 동시에 지구인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더 큰 세상에서 사는 느낌이랄까요?”

인간은 점점 '한국인' '지구인' '태양계인' '갤럭시 인간'으로 점점 범위를 넓혀가고 있지만, 인공지능 시대에선 일자리를 뺐기는 어두운 현실과 마주해야할지 모른다. 김창완이 이렇게 말하자, 조윤선 장관은 "이성과 지능에 관해선 인공지능에게 자리를 내주겠지만, 감성이나 지혜, 예술의 영역은 인간만의 가치이자, 인간이 사수해야할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이기범기자<br />
인간은 점점 '한국인' '지구인' '태양계인' '갤럭시 인간'으로 점점 범위를 넓혀가고 있지만, 인공지능 시대에선 일자리를 뺐기는 어두운 현실과 마주해야할지 모른다. 김창완이 이렇게 말하자, 조윤선 장관은 "이성과 지능에 관해선 인공지능에게 자리를 내주겠지만, 감성이나 지혜, 예술의 영역은 인간만의 가치이자, 인간이 사수해야할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이기범기자

-김=공해나 재난 문제만 봐도 사고방식 자체를 ‘지구인다워져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배 작가는 벌써 화성에 가 계신 것 같네요. 하하. 장관님께 특별히 당부할 말씀이 있나요?

배 작가는 “SF소설이 순수문학의 하위장르의 한 갈래로 취급받는 경우가 있다”며 “SF를 과학과 문학 사이의 독자적인 영역에서 바라봐 주시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조 장관은 “지적재산권 변호사 생활할 때 과학 분쟁에서 쟁점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것은 인간의 상상력과 판단이라는 걸 많이 느꼈다”며 “순수문학이라는 범주에 개의치 않고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안겨주는 SF가 훨씬 더 활발하게 진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조 장관은 이어 본지 시상식을 축하하는 선물로 과학문학책들을 직접 준비했다. 노암 촘스키, 미셸 공드리 등 세계적 석학 44인이 전하는 인문학과 과학의 통섭을 얘기하는 ‘사이언스 이즈 컬처’, 수학이 어떻게 건축이나 미술에 반영됐는지 증명하는 ‘수학은 어떻게 예술이 되었는가’ 등 흥미를 유발하는 책 5권이다.

김창완은 “이번 공모전에 응시한 작품이 300편이 넘었고 그 수준도 굉장히 높았다는 심사위원단의 평가도 있었다”며 “앞으로 계속 이 공모전이 한국 SF 작가의 산실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고금평
김고금평 danny@mt.co.kr twitter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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