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 속 '경제학'…태풍 차바, 폐차업엔 호재?

지난 제18호 태풍 차바로 인해 5일 경북 경주시 형산강 서천둔치의 주차장 차량들이 침수돼 있다./사진=뉴스1

지난 5일 태풍 '차바'(CHABA)가 휩쓸고 간 경남 일대는 처참했다. 이번 태풍으로 제주도, 부산 등 해안가를 끼고 있는 지역들은 바닷물이 육지까지 침투해 많은 피해를 입었다. 울산의 경우 강물 수위가 급격히 올라 대규모 홍수 피해가 났다. 그중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품목은 '자동차'. 지난 6일 기준 손해보험사에 접수된 자동차는 총 2923건, 피해액은 약 203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번 재해가 '기회'인 이들도 있다. 폐차업자들에겐 몇 년만에 찾아온 사업 기회란 것. 침수된 차량들 대부분이 폐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자동차 폐차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태풍 소식을 접하고 앞다퉈 재난현장으로 달려갔다. 폐차 예정인 차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10일 남준희 좋은차닷컴 대표는 "바닷물에 침수된 차들은 부식위험이 있기 때문에 복구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물에 떠내려가면서 장애물과 부딪힌 차량들은 생각보다 파손이 심각해 수리해서 쓰는게 힘들 수 있다"며 "차가 대량으로 폐차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국 폐차업체에서 처분한 차량은 총 77만3436대. 이에 비하면 이번 태풍으로 침수된 차량 건수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폐차업자들이 침수된 차량을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차의 상태가 비교적 좋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체로 수명이 다했거나 큰 사고가 날 경우 폐차하지만 침수된 차량은 손상이 덜하고 연식도 비교적 최근이기 때문에 부품도 쓸 만한 경우가 많고, 정비를 해 해외로 수출할 수도 있어 수익률이 더 좋다"며 "전국 폐차업자들이 이번 태풍 소식을 듣고 앞다퉈 울산과 부산 등으로 향한 이유"라고 말했다.


폐차업자들이 이같은 호재(?)로 '대박'을 친 건 2003년 마산에 해일이 들어왔을 때다. 당시 태풍 '매미'는 만조와 겹치면서 순식간에 바닷물이 내륙을 덮쳤다. 침수된 차량만 1만5000대 정도였다.

당시 폐차를 수거했던 한 업체 관계자는 "갑자기 폐차 물량이 늘어나 당시 폐차업체들은 속으로 다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며 "쏟아지는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폐차업체들은 너도나도 나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폐차업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인내심도 필요하다. 폐차의 처분부터 물량확보까지 손 가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자동차 소유주와 보험사가 점검을 통해 폐차 결정을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들 차들은 보통 경매로 나오거나 보험사를 통해 구입하게 되는데 자동차 부품 상태는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복불복이나 다름 없다. 대량의 차량을 확보해야 하는 경우에는 자금도 꽤 들어간다.

남 대표는 "한대에 500만원이라고 가정하더라도 100대면 5억원이다"라며 "여기에 차량을 보관할 장소와 고철, 차량 부품 등을 판매하기 위한 비용도 들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노력과 시간, 그리고 돈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폐차업자들이 울산, 부산 등지를 내려가면서 '언제 돌아올지 기약이 없다'고 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 침수피해로 인한 차량 대수 자체는 많지 않기 때문에 업자들간의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울산과 부산 일대에만 등록된 폐차업이 각각 8개, 10개다"며 "침수차량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업체들간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