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7 충격' 파생시장 요동…외국인 투기세력까지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하면서 국내 선물·옵션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특히 풋옵션(팔 수 있는 권리)거래에는 외국인 투기세력이 대거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소량이지만 삼성전자 개별옵션에는 2014년 재상장 후 외국인의 첫 투자가 나타났다.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 (77,500원 ▼2,100 -2.64%)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직접 삼성전자 주식을 공매도하기 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하락에 베팅한 투자가 나타난 셈이다. 삼성전자가 급락하면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KOSPI)도 크게 높아졌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코스피200 옵션은 총 275만8244계약이 이뤄졌다. 거래대금은 8528억원으로 전일보다 약 100만계약이 증가했다. 올 평균(156만7277계약) 보다 76%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 11일은 갤럭시노트7 생산중단 소식이 삼성전자 주가가 8% 급락한 날이다. 당시 코스피200 지수는 1.6% 내려앉았다. 같은 날 코스피200 선물 거래는 16만4627계약으로 연 평균보다 27.9% 급증했고, 삼성전자 개별선물 거래량은 3만3897계약으로 전일보다 87.9% 늘었다.

공원배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말 기준 삼성전자가 코스피2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8%가량 된다"며 "삼성전자의 움직임에 따라 지수 변동성이 커지면서 최근 선물·옵션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풋옵션 거래가 크게 늘어난 부분이다. 지난 11일 외국인은 3075억원어치의 풋옵션 매수 계약을 체결했다. 순매수 거래량은 1만2530계약으로 전일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풋옵션 매수는 대표적인 하락 베팅 투자다. 지수가 매도 시점보다 떨어질 경우 수익을 보는 구조인데, 수익에 제한이 없다. 반대로 지수가 같거나 오르면 손실을 보는데 손실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다.

지난 11일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 3157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하락을 이끌었는데, 이와 동시에 풋옵션 매수 계약으로 수익을 챙긴 것이다. 업계에서는 풋옵션 매수 거래에 외국계 투기세력이 대거 참여했을 것으로 본다.

문제는 개인이다. 외국인의 풋옵션 매수를 개인이 매도 계약으로 대부분 받아들였는데 이 경우 지수가 하락하면 손실이 무한정으로 커진다. 다음날(12일) 개인이 풋옵션 순매수로 돌아섰는데 증거금을 채우지 못한 반대매매가 많았을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날 외국인은 소량(100계약)이지만 삼성전자 개별옵션도 풋옵션 매수 포지션을 취했다. 외국인이 삼성전자 개별옵션 거래를 한 것은 2014년 11월 재상장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급등락으로 국내 증시 전체의 변동성도 커졌다. 지난달 12일에는 브렉시트가 발생한 6월 말 이후 변동성 지수가 최대로 높았는데, 그날도 삼성전자가 7% 급락한 시기다. 지난 11일은 브렉시트 후 두 번째로 높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굳이 공매도를 할 필요가 없는 종목"이라며 "지수 선물·옵션, 개별주식 선물·옵션 등으로 충분히 하락 베팅 혹은 헤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