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그룹, 오너 3세 경영권 굳히기…'편법' 눈초리

사조그룹의 주진우 회장(67)이 보유 중인 사조산업 지분 일부를 주 회장의 장남이 최대주주로 있는 사조시스템즈에 넘길 계획으로 전해진다. 매각이 진행되면 오너 3세로의 경영권 승계가 사실상 마무리된다. 다만 인위적인 사조산업의 주가 하락 유도와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한 사조시스템즈 키우기라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 회장은 사조산업 지분(19.9%) 중 일부를 사조시스템즈에 조만간 매각할 것으로 전해진다. 주 회장은 지난해 8월 사조산업 지분 10%를 사조시스템즈에 매각한 바 있다.

사조시스템즈는 주 회장의 장남인 주지홍 사조해표 총괄본부장(39·상무)이 최대주주(39.7%)로 있는 비상장사다. 사조시스템즈는 현재 사조산업의 지분 18.8%를 갖고 있는데 주 회장의 지분 일부를 매입하면 주 회장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주지홍 상무→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사조계열사의 체제가 공고히 되는 것이다. 업계는 장기적으로 사조산업이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회사를 분할 한 뒤 사조산업투자부문이 사조시스템즈와 합병해 지주회사가 될 것으로 본다. 사조산업의 이날 종가는 6만2500원으로 지난해 주 회장이 지분을 매각한 가격(주당 6만6000원)보다 3500원 저렴해 시기도 적절하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사조그룹이 싼 값에 사조산업 주식을 넘기기 위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린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사조산업이 사조그룹의 핵심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몸집은 계속 줄어드는데다 보유자산을 제대로 장부에 반영하지 않고 있어서다. 실제 사조산업은 2014년 사조해표가 종속회사에서 제외됐고, 지난해에는 사조대림과 사조남부햄이 연결대상회사에서 빠졌다. 2013년 16개였던 연결법인은 지난해 9개로 줄었다.


이에 2013년 1조5669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9051억원으로 42.2% 감소했다. 같은기간 식품부문 매출이 1조4960억원에서 6620억원으로 줄어든 게 결정적이었다. 또한 사조산업은 79.5%의 지분을 보유한 캐슬렉스 서울 골프장(184만㎡)의 일부(8000㎡)가 2011년 보금자리 주택용으로 총 160억원에 수용됐다. 하지만 캐슬렉스 서울 골프장을 취득원가인 41억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사조시스템즈는 계열사 일감몰아주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부동산 임대업, 용역경비업, 전산업무 용역서비스업을 하는 사조시스템즈는 2013년 내부거래 수익이 전채 매출의 92%(7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계열사 매출은 86억원으로 더 늘었으나 회사 전체 매출이 늘어나면서 비중은 55%로 줄었다.

일부에서는 계열사 일감몰아주기와 인위적인 주가 하락 유도를 동반한 편법 승계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와 관련 사조그룹 관계자는 "(주 회장의 지분 매각은) 회사내에서 잘 모르는 내용"이라며 "현재 동아원 인수로 회사에 일이 많아 (지주사 전환 등) 다른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