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침수차 1087대 전량 폐기..부품 유통도 불가

머니투데이

박상빈 기자

제18호 태풍 '차바'가 상륙한 5일 울산광역시 현대자동차 출고 대기 차량들이 물에 잠겨 있다. (사진=독자제공)

현대자동차가 태풍 '차바'로 인해 침수 피해가 발생한 신차 1087대를 전량 폐기하기로 했다.
최근 내수-수출 차별 논란을 포함한 품질 문제로 우려를 사왔던 현대차 (231,000원 ▼2,500 -1.07%)가 이달 초 발생했던 '침수차' 논란에 신속히 대응, 소비자 신뢰 저하를 차단하고자 한 것.

현대차는 이달 초 태풍 '차바'로 인해 침수 피해가 발생한 신차 1087대를 전량 폐기한다고 19일 밝혔다.

지난 5일 차바가 울산 지역에 집중 호우를 뿌리며 현대차 울산공장 출고센터와 배송센터 등에 주차됐던 침수 차량 1087대가 발생했다. 실내에 빗물이 유입된 경우 차량을 무조건 폐기하기로 했다.

현대차의 이러한 조치는 침수로 품질이 저하된 차량이 중고차시장에서 재판매되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현대차는 가입 중인 손해보험사와 협의해 직접 차량을 전량 폐기하기로 했다. 일부 보험금을 받을 예정이지만, 1000대가 넘는 폐기 규모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가 직접 나섬으로써 침수차는 물론 그 부품까지도 시중 유통이 불가능해졌다. 앞서 일각에서는 침수차량이 일반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되지 않더라도 당초 검토됐던 사내 특판용 차량 등이 추후 중고차나 부품으로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현대차 침수차 폐기 공지/사진제공=현대자동차 홈페이지

현대차는 침수차의 유통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 것과 더불어 고객 우려 불식시키에도 집중했다. 현대차는 공식 홈페이지(ww.hyundai.com)에 이번 전량 폐기와 관련된 고객 공지를 게재하는 한편, 침수차를 우려하거나 침수 영향으로 인도가 연기된 계약 고객에게 양해를 구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계약 차량 고객들에게 카마스터들이 일일이 연락해 차량 인도 지연 사실을 알리고, 관련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고 밝혔다.

폐기하기로 한 침수차 1087대 중 100여대는 피해 수준이 경미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이러한 경우에 한해 자동차 관련 특성화고와 대학교, 스타트업(벤처기업) 등이 실습 및 연구용으로 활용할 차량을 지원 요청할 때 무상 제공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연구·시험용 차량은 '자동차제작증'이 발급되지 않아 차량등록과 운행 자체가 불가능해 이런 경우 역시 중고차로 판매되지 못한다.

무상 제공 차량은 실내 오염이 크지 않고 주요 동력 계통이 정상 작동되는 등 피해 수준이 경미해 다각적인 실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 인재들이 최신 자동차 기술을 습득하고 직접 체험하는 데 활용도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규모가 영세한 자동차 관련 스타트업의 연구개발 활동에도 보탬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무상 제공 차량이 교육 및 연구 목적으로 적합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자격 요건과 기준을 마련하는대로 전국 유관기관을 통해 차량 지원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기증 신청 및 상세 절차는 별도 공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