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총' 범죄 연100건, 제작법 유포해도 불법인데…

지난 19일 오후 경찰 1명이 사망한 '오패산터널 총격전'에서 피의사 성모씨(46)가 사용한 총기. /사진=뉴스1

강력한 위력의 총기와 폭탄·새총 등 사제무기가 각종 범죄에 무분별하게 악용되고 있다. 쉽게 보고 따라 만들 수 있는 사제무기는 개인 간 복수심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마 범죄' 등에 악용돼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사람잡는 사제무기… 모의총기 범죄 4년 '400건'
지난 19일 경찰 1명이 사망한 '오패산터널 총격전'에도 사제총이 사용됐다. 온라인에서 터득한 방법으로 만든 사제총기 17정을 보유한 피의자 성모씨(46)는 조사에서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를 보고 사제총을 직접 제작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6시 30분쯤 폭행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 강북경찰서 번동파출소 김창호 경위(54)는 총격전을 벌이다 성씨가 쏜 사제총에 맞아 숨졌다. 경찰 조사결과 성씨는 개인적인 복수심뿐 아니라 사회와 경찰을 향한 불만이 강했고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감정이 담긴 글을 남기기도 했다.

성씨는 경찰 대치 전 오후 6시 20분쯤 평소 악감정이 있던 부동산업자 이모씨(69)를 찾아가 방아쇠를 당겼으나 빗나갔다.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자 그는 망치로 이씨의 머리를 내리쳤다. 빗나간 총알은 길을 지나가던 시민 이모씨(71)의 복부에 꽂혔다. 부동산업자는 경상을 입었고 시민은 탄환제거 수술을 받았다.

이 같은 사제총기는 4년 간 400건 넘게 범죄에 사용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연도별 범행에 사용된 모의총기(사제총기)는 △2011년 122건 △2012년 94건 △2013년 105건 △2014년 98건 등 매년 100여건 가량으로 집계됐다.


총기로 분류되지 않는 소형폭탄·새총 등 다른 형태의 범죄까지 더하면 사제무기가 악용된 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경찰은 분석했다.

◇영상보고 '뚝딱'…복수·묻지마 범죄, 장난에 악용
총기·폭탄·새총 등 사제무기는 대인 살상이 가능 한 위력을 가졌지만 온라인을 보고 쉽게 제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여러 범죄에 이용되고 있다. 총기는 소지뿐 아니라 제작방법 유포도 불법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총기는 원한 관계에서뿐 아니라 묻지마 범행, 단순 장난에도 쓰였다.

2004년 5월 경기 부천에선 1500만원을 빌린 서모씨(당시 45세)는 채권자 김모씨(40)와 기계값으로 말다툼을 벌이다 직접 만든 1m짜리 사제총으로 살해했다. 10만원을 감면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욕설을 하며 거부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경찰조사 결과 그의 집엔 권총·소총과 도검 등과 실탄 등 무기고를 방불케 할만한 사제무기가 가득했다. 서씨는 자신이 만든 사제무기 성능 확인을 위해 신도시 개발지역 등에서 수십차례 실험까지 진행했다.

길을 가던 시민들을 향해 사제총을 휘갈긴 경우도 있었다. 2013년 4월 대구 주택가에서 석모씨(당시 39세)는 총을 쏴 길을 가던 20대 여대생을 다치게 하고 20대 남성과 50대 여성에게도 총구를 겨누고 폭행했다.

경찰은 "석씨가 수년 전 아내와 이혼하고 '누군가 나를 죽이려 한다'고 횡설수설하는 등 정신 이상 증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올해 4월 부산에선 차를 타고 다니며 1㎝짜리 쇠구슬을 넣은 새총으로 다른 차량과 전시관 등에 쏜 이모씨(25)와 임모씨(25)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특별한 이유없이 "재미로 범행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