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경찰의 날'…대한민국 경찰, 매일 5명 부상

대한민국 경찰 '나경찰'씨는 국민 450여명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다. 하루 13건 남짓 112신고를 접수하고 치안활동 중 동료 5명이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매일 듣는다. 3~4주에 한번은 순직한 경찰 소식에 마음 깊숙이 슬픔이 밀려온다.

21일 '경찰의 날' 71돌을 맞은 대한민국 경찰은 힘들고 아프다.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에 비해 경찰관 1명당 100명이상 많은 치안수요를 담당하면서도 좁은 승진문과 승진을 위한 실적 압박에 시달린다. 인력 배치 개선과 인사기준 재정비, 경찰관 증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계속되지만 현실화는 요원하다.


서울에서 총격전 끝에 경찰관이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일선에서 위험을 무릎 쓰고 일하는 경찰들의 희생에 '경찰의 날' 분위기는 더욱 숙연하다.

◇1인당 담당 인구 452명, 독일의 1.5배=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우리나라 경찰 1명이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국민수는 452명이다. 지난해 기준 459명에서 7명 감소했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최대 1.5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지난해 7월 기준 독일 경찰 1명당 담당 인구는 305명이다. 우리나라 경찰이 독일 경찰에 비해 1.48배 많은 치안인구를 담당하는 것. 프랑스는 1인당 322명, 영국은 421명, 미국은 427명이다. 일본 경찰은 1인당 485명을 담당하고 있어 우리나라 경찰에 비해 많은 치안수요를 담당했다.


본청·지방청 행정업무 인력, 수사·정보 등 인력을 제외하고 일선에서 직접 치안 업무를 담당하는 지역경찰(파출소·지구대 인원)로 한정하면 1인당 국민 1100명을 맡고 있다.

지난해 1년 동안 경찰이 접수한 112신고는 1910만4883건으로 일 평균 5만2342건이다. 112 종합상황실 정원이 3898명인 점을 감안하면 1인당 하루에 13.4건의 신고를 접수하는 셈이다. 경찰은 이 가운데 1071만9174건에 대해서 출동했다. 하루 평균 2만9368건 수준이다. 실제 출동 신고 가운데 20%만 긴급출동사건이다.

과도한 업무량만큼이나 다치거나 죽는 사람도 많다. 매년 1000~2000명 수준이다. 지난해 업무 중 부상을 입은 경찰은 1772명으로 하루 4.9명이 병원 신세를 졌다. 순직한 경찰은 15명이다. 24일에 한번꼴로 안타까운 생명이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다.

◇좁은 승진문, 치열한 실적 경쟁, 고달픈 일선 경찰= 인력 부족과 더불어 일선 경찰들이 호소하는 스트레스 중 하나는 '승진 경쟁'이다. 매달 돌아오는 근무평가와 이를 바탕으로 한 승진심사·시험 탓에 실적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일례로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은 매달 사건 종류별(기소중지, 강력범죄, 주요 기획수사 등) 검거율과 직무교육 이수, 상부 지시 이행 실적 등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고소·고발사건 처리기간이 늘어나거나 피의자 도주·유치장 사고, 보고 원칙 위반 등이 발생하면 감점을 받는 구조다.

이 같은 기준에 맞추려다 보니 무리수도 생긴다. 일선에서는 승진예정자나 부서 내 고참에게 실적을 몰아줘 근무성과 평가 제도의 취지를 퇴색시키는 행태도 벌어진다.

수도권 지역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 중인 5년차 경찰 A씨는 "상부 지시에 따라 실적을 채우는 일이 가장 스트레스"라며 "사회적으로 관심을 끄는 사건이 발생하면 그에 따른 후속 대책 성과를 만드느라 한동안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의 과도한 실적 경쟁 이면에는 계급이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승진 기회가 있다. 경찰 계급별 정원을 살펴보면 말단인 순경이 바로 위 계급인 경장으로 승진하는 데는 1.11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지만 경장 위 단계인 경사에서 경위로는 1.56대의 경쟁률이다.

경위 이후부터는 경쟁은 더 치열하다. 경위와 경감 정원 비는 2.01대 1이다. 경감에서 경정으로 승진하는 데는 3.2대 1의 경쟁이다. 경찰대 출신과 간부후보생, 간부 특채 인원이 경위, 경감으로 들어오는 점을 고려하면 순경 출신의 체감 승진 경쟁률은 더 올라간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은 사무관급 계급인 경정부터 인원이 대폭 감소하는 '에펠탑형 구조'"라며 "현재 11개인 계급구조를 단순화해 승진 수월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계급을 단순화해 일반 공무원 같은 종형이나 피라미드형 정원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어 임 교수는 "G7 국가 가운데 1인당 담당 국민수가 일본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수준"이라며 "현행 의경 인력을 정규 인력으로 전환하는 등 경찰 정원을 늘려 업무부담을 줄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