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사태 불똥 튄 바이오벤처…상장 포기·연기 속출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한미 사태' 불똥이 상장을 준비하는 바이오벤처 업계로 옮겨 붙고 있다. 기술수출 계약 해지와 늑장 공시 의혹과 관련된 파문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바이오업계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어서다.

23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벤처 전진바이오팜은 최근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했다.

전진바이오팜은 천연 재료를 활용해 조류 피해감소제, 모기 기피제, 동물용 피해감소제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신약' 개발 업체는 아니지만 바이오 기업으로 분류돼 한미 사태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이 같은 상황은 상장이 임박한 다른 바이오벤처도 마찬가지다. 현재 유가증권시장본부에 기술특례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바이오벤처는 신라젠과 아스타, 애니젠, 티앤알바이오팹, 바이오솔루션, 유바이오로직스 등이다.

A 바이오벤처 관계자는 "투자심리 악화로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전진바이오팜 외에도 상장을 미루기로 한 업체가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B 바이오벤처 관계자는 "증권거래소가 구체적인 개발 자료와 글로벌 경쟁사 개발현황을 요구하는 등 심사가 까다로워졌다"고 전했다. 경쟁사보다 개발에 뒤처져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된 한미약품 사례 후 심사 문턱이 한층 높아졌다는 의미다.

상장 시점을 저울질 중인 바이오벤처들도 '한미 사태' 영향을 받고 있다. 장외주식 정보제공 전문 사이트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한미약의 계약해지 발표 하루 전이었던 9월29일부터 이달 21일까지 17개 주요 바이오벤처 가운데 거래가격이 하락한 곳은 15개였다.

같은 기간 코스닥 제약지수 낙폭(8.1%)을 넘어서는 곳도 6개다. 파멥신이 21.3% 급락했으며 메디키네틱스, 엔솔바이오사이언스, 솔젠트 등이 10% 넘게 떨어졌다.

이와 관련, 바이오 생태계 '풀뿌리' 격인 바이오벤처기업의 상장 난항으로 산업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C 바이오벤처 대표는 "바이오벤처는 보통 기술성 인정과 상장, 기술수출 후 종합 바이오사 도약이라는 성장 단계를 밟는다"며 "상장 단계에서 차질이 지속될 경우 신약개발 영속성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