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인 베트남 시장 선도하는 '한국건설'의 저력

푹푹 찌는 여름 땡볕 아래 하노이 도심을 쉴 새 없이 달리는 젊은이들의 오토바이 행렬은 베트남의 역동성을 그대로 보여 준다.


도시 곳곳엔 눈길 닿는 곳마다 대규모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근면 성실한 근로자들은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땀 흘리던 산업화 시대 우리 모습과 닮았다.

우리 건설업체가 가장 많이 진출해 있는 해외 현장, 세계 각국 건설사들이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는 전쟁터, 정부의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와 높은 경제성장률로 '포스트 차이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는 곳, 바로 베트남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베트남 정부가 교통 인프라와 기반시설 확충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주요 경제지표가 상승세를 보이는 등 긍정적 요인도 많아 정책과 상호작용을 이루면서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살아난 베트남 건설시장…도시 인프라 확충 '속도'


지난달 26일 베트남 하노이 시내는 경기회복세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음을 한눈에 짐작할 만큼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여름 무더위에도 저층 구시가에는 오래된 건물을 정비하는 공사가 줄을 이었다. 도심 주변으론 고층 아파트와 빌딩이 들어서며 신시가지를 형성하고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경기침체로 뼈대만 남긴 채 공사가 중단됐던 현장이 즐비했던 것과는 완연히 다른 모습이다.

한국 건설업체가 가장 많이 진출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인 만큼 한국의 흔적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대우호텔, 롯데센터 하노이, 하노이 경남 랜드마크타워 등은 과거와 현대가 어우러진 발전하는 도시 하노이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호찌민도 마찬가지다. 금호아시아나플라자, 타임스퀘어, 선라이즈시티 등 호찌민 랜드마크 상당수가 한국기업의 손에서 탄생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침체됐던 베트남 건설시장은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면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정부는 이에 발맞춰 교통 인프라, 기반시설 확충 등을 위한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베트남 경제는 2007년 전후 15~18%대 높은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구가했지만 금융위기 여파로 성장 보폭이 줄어 지난해엔 6.7% 성장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 주요국과 비교하면 중국(6.9%)보다는 낮고 필리핀(5.6%), 인도네시아(4.8%), 태국(2.7%)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더 이상 두 자릿수 성장세는 아니지만 안정적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는 평가다.

소득수준도 빠른 속도로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1인당 GDP는 2109달러 수준으로 5년 전인 2010년 1169달러에서 2배 가까이 뛰었다. 대표 도시인 호찌민, 하노이의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같은 기간 호치민은 9.9% 성장했고 1인당 GDP가 5173달러를 기록했다. 하노이는 9.2% 성장했고 1인당 GDP는 2750달러로 집계됐다.

주택 수요도 덩달아 증가세다. 수요 증가는 부동산 시장 가격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늘어나는 수요를 충당할 신도시 공급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1985~1990년)과 중국(2006~2010년)에서 과거 국민소득이 늘고 도시화가 가속화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붐이 일어났던 것처럼 하노이, 호찌민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제 막 도시 인프라를 갖춰가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각 분야 투자도 활발하다. 올해 베트남 건설시장 규모는 110억 달러 내외로 추정된다. GDP에서 건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5% 내외다.

지난해 7월 베트남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도로, 철도, 항공 동 교통 인프라 개발에 약 500억 달러 규모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정부 예산은 필요분의 30~40% 정도를 충당하는 수준에 그치고 인력과 기술력 부족으로 ODA(공적개발원조), PPP(민관협력) 등의 방식을 통한 투자 유도 정책을 모색 중이다. 총 투자금액의 49%에 달하는 프로젝트가 ODA, PPP 방식으로 발주될 예정이다.

◇건설수요 풍부해 '기회의 장'…현지기업 성장에 견제도

베트남 시장은 국내 건설업체에게 여전한 기회의 장이다. 풍부한 천연자원과 인적자원을 활용할 수 있고 국민소득 증가에 따라 도시 인프라 등 건설 수요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불안요인도 감소하고 있다는 평가다. 베트남 사람들이 유독 땅에 관심이 많고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인 것도 장점으로 통한다.

다만 정부 재정상태가 빈약한 편이고 법 제도가 부실한 측면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불합리한 행정절차나 사업지연 △투자 관련 공무원들의 부정부패 △토지 소유가 어렵고 높은 대출금리로 현지 금융을 활용하기 어려운 점 △높은 인플레이션 등도 단점이다.

무엇보다 자금력을 갖춘 중국, 일본 등 해외업체들은 물론 기술력을 따라잡고 있는 현지업체들과의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는 점이 우리기업의 대표적인 애로사항으로 꼽힌다.

실제 현지업체들은 웬만한 주택·건물 건설이나 단순 토목공사 정도는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고급 기술을 습득하는 속도도 빠른 편이다. 정부 역시 자국기업 보호 명분 하에 제한입찰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우리기업이 현지에서 살아남으려면 단순 도급공사보다는 높은 기술력으로 진입장벽이 있는 공사를 수주하거나 직접 기획·개발하는 디벨로퍼로 경쟁력을 쌓는 수밖에 없다. 국내 업체들 간 수주실적을 쌓기 위해 저가수주 경쟁을 벌여선 승산이 없는 시장이라는 게 진출 업체들의 이야기다.

실제 현지업체들의 자체 소화 물량이 늘면서 우리업체들의 수주고도 줄어드는 추세다. 국내업체는 올해 현재까지 베트남에서 68건, 총 21억6208만 달러 규모의 수주실력을 올렸다. 2014년 90건, 33억8732만 달러, 지난해 85건, 44억9713만 달러에 못 미치는 실적이다.

◇기술집약·신도시 개발 등 성과 부각…"한국만의 노하우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우리 건설업체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기술집약적 공사나 신도시 개발 등의 분야에선 성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동안 수주했던 대표적인 인프라, 도시개발 공사도 큰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대림산업은 하노이 도심 교통난 해소책으로 건설 중인 총 노선길이 288.5km의 경전철 구간 중 3호선 공사를 맡아 공정이 절반 이상 진행됐다. 핵심적인 도심 인프라 공사로 꼽히는 경전철 사업 중 처음 발주된 구간으로 시범사업으로 운영된다.

하노이 시청으로부터 북서쪽으로 5km 지점에 있는 대규모 도심 공터를 개발하는 대우건설의 스타레이크(Starlake) 프로젝트 1단계 공사도 순항 중이다. 대우건설이 기획 단계부터 개발, 분양, 운영까지 도맡는 대표적인 신도시 개발 사업이다.

포스코건설은 베트남 최대 국영건설사인 비나코넥스와 손잡고 하노이 서부지역 신흥주거지 북안카인에서 신도시 '스플랜도라(Splendora)'를 건설하고 있다. 264만㎡ 부지를 주거, 상업, 기타 등 3개 지구로 나눠 개발하는 베트남 최대 자립형 신도시 개발사업으로 2단계 사업이 진행 중이다.

국내업체가 공사하는 현장은 품질이 높고 안전사고가 낮아 중국업체 등과 비교해 현지에서 호평받고 있다. 우수한 현지인력 채용과 공사 관리 노하우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지 파트너 업체 등과 일하며 쌓은 노하우와 해외 네트워크 등도 풍부하다. 다만 기존 ODA 형태의 공사 발주가 줄고 개발사업 비중이 늘면서 앞으로 수주경쟁에는 자금력과 차별화된 기술력 등 확보가 관건이다.

이권상 대우건설 베트남 THT 법인장은 "해외건설 현장이 디벨로퍼의 선봉이 돼야 한다고들 이야기하는데 실제로 차관공사를 수주하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찾기 힘들다"며 "기획, 개발부터 운영까지 그동안 쌓은 노하우의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경쟁력 있는 공사를 수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화 대림산업 하노이 지사장도 "베트남 시장은 우리 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한 해외 현장이지만 돈 벌기 쉬운 호락호락한 곳은 아니다"며 "우리가 가진 기술적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경쟁이 제한적인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