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처리놓고 눈치보기 급급한 정부..."결단내려야"

대우조선해양 제17기 제2차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13일 오전 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해양 본사 로비에 관계자들이 오가고 있다. 2016.6.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조선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이달말 발표할 예정이지만 여전히 대우조선 구조조정의 방향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의식해 어떤 결정도 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이미 관련 부처가 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선 만큼 청와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고조되고 있다.

20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 관련 부처는 이달말을 데드라인으로 조선업 구조조정방안을 최종 조율중이다.


정부 안팎에선 대우조선을 살리되 일부 핵심사업분야를 축소해 조선업을 2강 1중체제로 전환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대우조선의 문을 닫으면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동반 부실, 성장률 저하, 실업자 양산 등이 예상되므로 대우조선해양의 덩치를 일단 줄여 가자는 것이다.

이는 맥킨지컨설팅의 최근 보고서 내용과 총론에서 다르지 않다.


앞서 조선플랜트협회는 맥킨지컨설팅에 조선업 구조조정 방안을 의뢰했고 맥킨지는 최근 “대우조선의 독자생존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며 한국조선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빅2 체재로 재편해야 한다”는 요지의 의견을 보고서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대우조선은 특수선 매각, 상선 부문 설비 50% 이상 감축, 해양플랜트 청산 등을 통해 LPG선을 주력으로 하는 중형 조선소가 되는 것이다.

이는 당초 맥킨지가 빅3의 생산량을 1/3씩 줄이겠다고 밑그림을 그리려던 것과 배치되는 것. 이렇게 된 데는 대우조선의 상반기 완전자본잠식,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친 수주 등이 반영됐다.

맥킨지는 특히 조선 3사의 과거 5년간 매출과 영업이익률을 토대로 2020년까지 대우조선의 영업이익률이 최근 5년(2011~2015년)의 두배인 -10%까지 하락해 3조 3000억원가량의 자금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같은 ‘2+1’ 방안에 대해 대우조선이 격렬하게 반발해 왔고, 관련 지역의원들과 지방자치단체 등도 수용하기 쉽지 않은 안이다. 대우조선 노조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역시 감원이 수반되는 이 방안에 저항할 수 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 역시 선뜻 이 방안을 채택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선 개별부처만으로는 힘에 부치므로 각 부처는 “아직 입장이 없다”는 말을 반복할 수 밖에 없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존 빅3유지인지, 2+1인지 등 다양한 얘기가 나오지만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맥킨지 컨설팅 결과를 리뷰하면서 부처간 의견은 물론 업계와 전문가등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개별부처에서 어떤 의사결정도 하고 있지 못함에 따라 청와대와 여당 등에서 방향을 확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 안팎의 중론이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대우조선의 구조조정은 정권 초기 시도했어야 하나 관련 지역 의원 등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골든타임도 놓쳤다”며 “정권 말기에 구조조정을 하는 게 쉽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청와대가 나서 결정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