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장관회의의 '말잔치'…'일자리'만 100번 외친 부총리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박경담 기자

-경제장관회의 등 유 부총리 모두발언 워드클라우드(Word Cloud·단어 사용빈도를 시각화하는 방식) 분석 결과

"3기 경제팀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삼을 것"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8일 만인 1월21일 경제관계장관회의을 주재하며 밝힌 내용이다. 유 부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박근혜 정부 3기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을 천명했다.

10개월 뒤인 지난 19일 16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도 유 부총리는 "일자리 중심 국정운영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16차례의 경제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유 부총리가 '일자리'라는 단어를 언급한 것만 96회다.

문제는 정책의지와 정책구현의 간극이다. 실현되지 않는 정책의지는 자칫 '말의 향연'에만 그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간극이 일자리 정책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출', '구조조정' 등 유일호 경제팀이 자주 사용한 단어는 여전히 우리 경제의 위협요소다.

◇'일자리', '일자리'…96회 언급된 '일자리' = 23일 머니투데이가 올해 개최된 16차례 경제관계장관회의의 유 부총리 모두발언을 워드클라우드(Word Cloud·단어 사용빈도를 시각화하는 방식)로 분석한 결과, 가장 부각된 단어는 '일자리'였다.

경제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총 96회 언급됐는데, 일자리에 대한 유일호 경제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일자리 정책과 관련된 '고용'(38회) '취업'(18회) '실업'(16회) 등의 단어도 사용 빈도가 높았다. 청년고용 문제를 대변하듯 '청년'이라는 단어 역시 37회 언급됐다.

하지만 정책실현은 요원했다. 올해 1월 청년실업률은 9.5%를 기록했다. 하지만 9월 청년실업률 역시 9.4% 수준으로 답보 상태다. 15~64세 고용률은 같은 기간 65.2%에서 66.4%로 상승했지만, 올해 말까지 70% 고용률을 달성하겠다는 정부 계획에는 모자란다.

'투자' 역시 유일호 경제팀의 주요 관심사였다. 유 부총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투자'를 총 67회 언급했다. 지난 6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산업 투자에 적극 나서주길 당부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투자와 관련한 '신산업' 역시 유 부총리의 모두발언에서 총 30회 발견된다.

유일호 경제팀의 최근 가장 큰 현안인 '구조조정'은 지금까지 47회 언급됐다. 구조조정이 가장 처음 언급된 것은 4월28일 열린 6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다. 당시 유 부총리는 "구조조정은 피하거나 늦출 수 있는 과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부딪혀서 해결을 봐야만 하는 과제"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조선·해운 구조조정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정부는 이달 31일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대우조선해양 처리를 두고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컨트롤 타워'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 밖에 유 부총리는 '수출'(51회), '내수'(18회) 등 우리 경제의 체질에 대한 언급을 자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19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는 "대내외 위협 요인을 놓치지 않고 비상한 각오를 갖고 무겁게 점검해 나가겠다"며 다소 강한 어조를 보였다.

◇경제관계장관회의는? = 경제관계장관회의는 주요 경제정책을 논의하는 장관급 회의다. 박근혜 정부는 1999년 4월 폐지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2013년 4월 부활시킨다. 당시 정부는 "앞으로 매주 수요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오석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시기인 2013년에는 총 30차례의 경제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 2014년에는 총 40차례 개최됐다. 하지만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2기 경제팀'은 지난해 총 24차례만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이후 경제관계장관회의는 격주 개최가 관례화됐다. 올해는 현 정부 들어 개최 횟수가 가장 적다. 지금까지 총 16차례가 열렸는데, 지난해에는 10월14일까지 총 19차례의 경제관계장관회의가 개최됐다.

이를 의식한 듯 유 부총리는 "경제팀이 매주 회의를 갖고 현안에 대해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필요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