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은 심리전"…'지진 지침' 만들고도 발표 않는 까닭은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광주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지진대피 훈련을 받고 있다. 경보 발령을 듣고 책상밑으로 대피하고 있는 모습/뉴스1

교육부가 수능 당일(11월17일) 지진 발생을 대비해 '수험생 지침(가안)'을 마련했지만 발표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수능은 심리전인 만큼 섣불리 발표했다간 학생들의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21일 지진 지침에 따르면 교육부는 △ 진도 3도 이하이면 시험을 계속 진행하고 △ 진도 5도 이상의 강진이면 시험을 잠시 중단한 뒤 학생들을 대피시켰다가 추후 다시 시험을 치르도록 할 계획이다.

이같은 지침은 마련했지만 교육부는 쉽사리 발표를 못하고 있다. 같은 강도라고 해도 학생마다 느끼는 감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지침을 발표하면 오히려 '교육부가 불안을 조장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도 이렇다 할 답변을 못 내놓는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20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을 모아놓고 물어봐도 답이 안나온다"며 "느끼는 감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시험을 중지해야 할 진도 기준을 정하는게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다만 교육부는 학생을 제외한 시험감독관과 학부모에게 일반 국민들 보다 지진 사실을 먼저 알리는 방법을 기상청과 협의하고 있다. 감독관과 학부모를 한 그룹으로 사전에 지정해 놓고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 경보 문자메시지'를 우선 전송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수능 당일이 아닌 수능 전날에 지진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예비 시험 장소'도 확보했다. 학생들이 지진 미발생 지역에서 시험을 치르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은 대입센터시험(수능) 당일 지진이 발생해 시험이 무효가 된다 하더라도 문제은행 방식이기 때문에 바로 시험을 다시 볼 수 있다. 또 입시에 반영되는 수능 비율도 상대적으로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