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교통난 '해결사' 경전철에 심는 韓기술

지난달 27일 한낮 오토바이 행렬이 점령한 하노이 시가지를 지나다 보면 도로 한가운데를 막고 있는 공사 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하노이 시민들이 오가는 도로 위에 건설되는 경전철은 교통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밤에 주로 공사가 진행된다.


인구 1000만명이 넘는 대도시 하노이는 아직 교통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대부분 시민들이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출퇴근을 한다. 버스도 치안 문제 등으로 대중교통으로 기능을 온전히 하지 못한다.

가구당 오토바이가 1~3대에 이르다 보니 도로는 그야말로 혼잡 그 자체다. 매연도 만만치 않다. 젊은이들이 모자에 마스크까지 중무장하고 오토바이를 모는 모습은 베트남의 역동성을 상징하는 동시에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인식될 정도다.

교통난과 매연에 대한 대책으로 베트남 정부는 돈이 많이 드는 지하철 대신 ODA(공적개발원조)를 통해 경전철 사업을 추진했다. 총연장 288.5km, 8개 라인으로 구성된 경전철 공사는 하노이가 제대로 된 도시의 기능을 갖추기 위한 핵심적인 인프라 사업이다. 하노이는 경전철 추진에 앞서 하노이도시철도본부를 신설했다.

3호선 공사는 전 라인 중 첫 발주돼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대림산업은 앞서 지난 2014년 4월에 3호선 경전철 공사를 8400만 달러(한화 약 871억원 규모)에 수주했다. 1호선은 일본업체가 곧 착공을 앞두고 있고 2호선은 중국자본이 공사를 진행하게 됐다. 4~8호선은 공사 계획 단계다.


3호선 공사는 하노이 뇬(Nhon) 차량기지에서 대우호텔 인근까지 약 8.5km 구간에 경전철이 다니는 고가철도 교량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현재 공정률은 50%를 넘어서 현장에서도 진척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오승종 현장소장을 포함해 대림산업 직원이 10명, 베트남 현지에서 채용한 직원이 100명 일하고 있고 현장 인력이 500명 안팎 정도 된다. 공사 구간의 3분의 1 가량이 차량 통행이 많은 도심지로 도로폭이 넓은 구간 대비 공사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지상으로부터 40m 길이의 파이프를 지하 점토층, 모래층, 자갈층까지 넣고 콘크리트 타설 후 보(U Girder)를 상부에 설치한다. 그 위에 레일을 깔면 경전철이 지나다닐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진다. 보 하나가 25m 길이이며 무게는 150톤에 달한다.

구간마다 다른 공정이 적용된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처럼 기존에 있는 도로를 타고 넘어가야 하는 구간도 있다. 강을 건너는 특수교량과 경전철이 고장 났을 때와 같은 비상시 크로스오버로 움직일 수 있는 교량도 필요하고 차량기지로 진입하는 교량도 있어야 한다.

보는 전체 필요량 572개 중 108개가 설치됐다. 70km 가량 떨어진 공장에서 직접 제작해 낮 시간 교통 방해를 피하기 위해 인적인 드문 밤 시간에 옮겨 설치해야 한다. 밤 10시부터 새벽 동틀 때까지 현장은 불을 환히 밝힌다.

오 소장은 "매일 투입되는 장비가 300여대에 이르고 150톤에 달하는 무거운 보를 이동시켜야 하지만 도심 구간이라 한계가 있다"며 "한밤에 공사가 진행되는 만큼 안전사고나 부실시공이 없도록 신경써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하노이시 소유로 돼 있는 공사 부지지만 이를 점유 중인 민가를 철거하거나 고압선을 정리하는 등의 작업이 지연되면서 공사 기간이 다소 늘었다. 대림산업은 공사에 필요한 부지를 넘겨 받는 과정에서 시일이 더 소요되면서 당초 30개월이었던 공사 기간을 2018년 8월까지로 연장키로 하노이시 측과 협의했다.

대림산업은 경전철 공사 노하우를 토대로 기술 장벽으로 경쟁 제한이 있는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성화 대림산업 하노이 지사장은 "해외는 물론 한국업체들이 베트남에 많이 들어와 있어서 저가수주 경쟁도 많은 편인데 우리는 기술력을 발휘할 수 있는 특수교량, 항만 등에 관심을 갖고 수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 지사장은 "현지업체가 웬만한 도로나 일반교량 공사는 다 할 정도로 기술 수준을 많이 따라잡았다"며 "앞으론 민자발전소, 수자원, 특수교량 등 차별화된 기술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장에서 경쟁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결국엔 해외에 진출해서 얼마나 경쟁력 있는 기술로 돈을 벌어들이느냐에 달렸다"며 "베트남이 쉽지 않은 시장이지만 그동안 쌓은 평판과 노하우로 대림산업의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