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슈퍼·커피숍도 ‘날씨 경영’ 가능해진다

# 세계적인 유통기업 월마트는 비 오는 날 중년 주부들의 자줏빛 립스틱 구매가 크게 늘어 난다는 것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아냈다. 이후 월마트는 호우주의보 등의 기상 예측이 나오면 매장 전면에 자줏빛 립스틱을 배치하고 있다. 월마트는 이를 통해 매출이 12% 늘었다.

# 비 오는 날 베이커리 체인점 파리바게뜨를 가면 피자 빵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우천시 기름진 빵의 매출이 증가한다는 데이터를 활용한 것이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5년간 전국 169개 지점의 일별 매출과 기상 관측자료를 통계기법으로 지수화해 ‘날씨판매지수’를 2012년 6월부터 마케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날씨판매 지수는 실시간으로 전국 3100여개 파리바게뜨 점포 단말기에 제공된다.


날씨는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기업의 생산량과 매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미 주요 선진국에선 날씨 정보를 분석, 비즈니스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를테면 미국의 날씨 시장 규모는 연간 9조원대, 기상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은 350개, 관련 전문 인력은 약 1만 1000명에 이른다.

하지만 날씨 분석 정보 및 서비스는 대기업 위주로 도입돼 소상공인들을 위한 경영 지원은 거의 전문한 실정이다. 국내 소상공인은 전체 기업의 약 86.4%를 차지한다. 또 날씨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업종은 전체 80%에 달한다. 따라서 날씨 변화에 따른 판매전략을 세우고, 재고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효율적인 의사결정지원시스템이 요구되고 있다.

23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융합기술연구본부는 이 같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강수량과 풍속, 기온 등의 기상 정보를 입력해 매출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예측하는 ‘매출활성화 지수’ 산출 모델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이 모델 개발을 위해 KISTI는 우선 서울시 전체를 대상으로 과거 1년 동안 무인 자동기상관측망(AWS) 데이터, 유동 인구 및 소상공인의 매출 데이터 등을 수집했다. 이어 이 자료를 인공지능(AI)의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분석해 각 업종의 과거 매출 시계열 자료와 특성을 알아냈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3일간의 매출 패턴을 예측할 수 있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 컴퓨터가 예측하는 매출활성화 지수는 △현상유지 △지속증가 △지속감소 △일시증가 △일시감소 등 총 5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만일 이 지수를 동네 커피숍에서 이용한다고 가정해 보자. 매출활성화 지수가 ‘지속감소’ 유형을 보이면 커피숍은 가게 앞 다른 식당과 연계한 할인 행사 등 단발성 이벤트를 이 기간 집중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신성호 KISTI 선임연구원은 “매출활성화 지수는 날씨에 따른 주문량 사전 예측이 가능해 재료 손실을 줄이고, 유동적인 인력 활용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성원경 KISTI 융합기술연구본부장은 “대기업과 골목 상권간 경쟁 구도에서 소상공인 비즈니스에도 날씨라는 변수를 고려할 수 있게 됐다”며 “대기업과의 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